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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소나타 2번은 3악장 '장송 행진곡'이 워낙 유명하지만, 제가 이 곡을 배울 때 가장 오래 고생한 건 1악장이었습니다. 악보만 보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막상 치면 곡이 자꾸 제 손보다 먼저 달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제가 어떻게 고쳤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곡이 자꾸 빨라지는 이유
1악장은 아주 느리고 무거운 네 마디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앞보다 두 배 빠르게"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지시가 나오면서 빠른 부분이 시작됩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바로 앞의 느린 네 마디가 곡 속도의 기준입니다. 기준이 되는 부분을 대충 치고 넘어가니, 두 배가 얼마만큼의 속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되고 기분에 따라 점점 빨라졌습니다. 게다가 빠른 부분에서는 오른손이 숨이 찬 것처럼 짧게 끊어지는 멜로디를 치고, 왼손은 여러 음을 한꺼번에 누르는 화음을 쉬지 않고 칩니다. 여기에 소리를 길게 울려주는 발판인 페달을 오래 밟으면 소리가 뭉쳐서, 박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헷갈리게 됩니다. 박자가 안 들리면 손은 자기도 모르게 서두르게 됩니다. 정리하면 손가락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 박자를 놓치고, 페달을 너무 많이 쓰고, 곡의 긴장된 분위기에 마음까지 급해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2. 천천히 다시 쌓아 올린 연습 과정
제일 먼저 박자를 똑딱똑딱 알려주는 기계인 메트로놈을 켜고, 느린 네 마디를 정확한 박자로 치고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박자를 딱 두 배로 바꿔서 빠른 부분에 들어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원래 빠르기의 절반 정도로만 쳤는데, 이때 천천히 연습을 하면서 오른손 멜로디가 어디서 숨을 쉬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점점 손에 익숙해지자, 원래 빠르기로 올려도 천천히 칠 때 찾은 숨 쉬는 자리가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왼손만 따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화음의 모든 음을 똑같은 크기로 누르지 않고 가장 높은음을 조금 가볍게 치니까, 오른손 멜로디도 훨씬 잘 들리고 팔도 덜 아팠습니다. 페달은 아예 빼고 연습한 다음, 꼭 필요한 곳에서만 밟는 식으로 페달을 조금씩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습할 때마다 휴대폰으로 녹음해서 들어봤습니다. 칠 때는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도 녹음해서 들어보면 급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 방법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3. 곡 전체를 보고 힘을 나누는 방법
시작 부분이 어느 정도 잡히니 욕심이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치면서 녹음을 했습니다. 그런데 들어 보니 뒤로 갈수록 또 빨라져 있었습니다. 제일 티가 났던 곳은 빠른 부분이 끝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분위기가 확 바뀌니까 저도 모르게 이 부분에서는 박자가 느려졌다가, 다시 앞으로 쏠렸다가, 혼자 오락가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박자는 그대로 두고 숨만 조금 길게 쉰다는 느낌으로 여유를 가지고 쳐 봤는데, 이게 말로는 쉬워도 실제 손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습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힘 조절이었습니다. 첫 음부터 과한 힘을 몰아붙이니 곡 중간쯤 가면 이제 더 이상 제 팔에 남은 힘이 없어서 팔이 뻐근해지기 시작하고, 그러면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속도가 점점 더 급해졌습니다. 그 뒤로는 앞부분은 일부러 조금 아껴 치고, 곡 가운데 가장 격렬한 곳에서 힘을 조금 더 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치니까 신기하게도 끝까지 팔이 버텨주었고, 덕분에 박자도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콩쿠르 이야기도 하나 덧붙이면, 무대에 올라가면 연습실보다 확실히 빨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무대에서는 긴장감 덕분인지 어느 정도 빨라져도 팔이 버텨주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 연습하던 속도보다 지나치게 빨라지면 결국 팔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무대에서 빨라질 것까지 계산해서,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는 일부러 한 단계 느린 속도로 연습하고 올라갑니다.
쇼팽 소나타 2번 1악장이 자꾸 빨라지는 건 손가락 실력보다 박자, 페달, 힘 조절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느린 부분의 박자를 정확히 세고, 손을 나눠 천천히 연습하고, 곡 전체에서 힘을 나눠 쓰면 곡이 훨씬 차분해집니다. 이 곡을 연습하다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오늘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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