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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곡

쇼팽 프렐류드 16번, 자꾸 빨라질 때

여운기록자 2026. 8. 21. 23:43

목차


    쇼팽 프렐류드 16번 18마디부터(출처:IMSLP, 1839년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초판)

    쇼팽 프렐류드 16번을 연습하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문제는 저도 모르게 템포가 계속 빨라지는 것이었습니다. 메트로놈으로 132라는 템포를 정해두었는데도 4마디부터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8마디쯤 가면 제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템포로 곡을 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1. 이 곡이 자꾸 빨라지는 이유

    이 곡은 첫마디에서 세게 울리는 화음을 치고 늘임표에서 잠깐 멈춘 뒤, 두 번째 마디부터 아주 빠르게 달려 나갑니다. 그래서 빠르기도 첫마디를 빼면 프레스토(매우 빠르게)입니다. 악보를 보면 프레스토 옆에 콘 푸오코(con fuoco)라는 말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프레스토 콘 푸오코는 빠르고 정열적으로 치라는 뜻이라, 말 그대로 달리는 느낌을 내면서 열정적으로 쳐야 하는 곡입니다. 저는 메트로놈에 너무 매이면 기계적으로 들릴 것 같아서 템포를 132로 정하고, 그때그때 유연하게 치는 쪽으로 연습했습니다. 메트로놈에서 132는 알레그로에 해당해서 프레스토보다는 살짝 느린 템포입니다. 그래도 직접 이 템포로 쳐 보면 결코 느린 템포가 아니어서 132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첫마디와 마지막 마디를 빼면 오른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박에 네 음씩 쉬지 않고 굴러가는데, 이 네 음을 똑같은 간격으로 고르게 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 고르지 않은 네 음이 템포까지 흔들고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2. 18마디에서 빨라진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처음에는 빨라지는 게 느껴질 때마다 속으로 '빨라지면 안 돼'를 외쳤지만, 실제 연주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연습 부족이라고 판단하고 메트로놈 연습에 더 목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메트로놈을 켜 놓은 채로 곡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정확히 보인 건 그날 연습한 것을 녹음해서 들어 보면서부터였습니다. 며칠 동안 매일 녹음한 것을 이어서 들어 보니 18마디쯤만 가면 어김없이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듣는 순간 '또 빨라지는구나,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매일 연습실에 가면 전날 132까지 올렸어도 이 곡을 무조건 메트로놈 80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템포에서 20번씩 친 다음 2씩 올리는 식으로, 그날 연습 안에 목표로 정한 132까지 조금씩 올렸습니다. 예전에 이렇게 연습했을 때 날마다 조금씩 템포가 잡혔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 방법을 믿고 이어갔습니다. 132까지 올리는 건 하루면 됐지만, 그 템포가 완전히 제 것이 되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습니다.

    3. 리듬 연습으로 템포를 잡다

    템포를 잡는 데 도움이 된 또 하나의 연습은 오른손 리듬 연습입니다. 리듬 연습은 네 음의 길이를 일부러 다르게 바꿔 치는 연습입니다. 저는 앞 음을 길게 치는 앞부점, 뒤 음을 길게 치는 뒷부점, 셋잇단과 반셋잇단 리듬, 두 번째 음이나 세 번째 음만 길게 끄는 리듬을 각각 매일 40번씩 쳤습니다. 이 연습들을 꾸준히 하니 고르지 않던 네 음이 나중에는 고르게 났고, 손가락이 고르게 굴러가자 템포도 함께 일정해졌습니다. 소리가 고르게 나는 걸 직접 겪고 나니 리듬 연습을 놓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그 뒤로는 소리가 고르게 나는데도 혼자 불안해서 계속 리듬 연습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리듬 연습이 단순히 리듬만 바꾸는 연습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하면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

    18마디에서 빨라진다는 걸 녹음으로 알고 나서야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 분명해졌습니다. 매일 80부터 다시 템포를 올리고 리듬 연습으로 네 음을 고르게 다듬다 보니, 132가 어느새 제 손에 맞는 템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실력을 더 쌓기보다 이렇게 쌓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이 곡을 연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