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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프렐류드 16번을 연습하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문제는 저도 모르게 템포가 계속 빨라지는 것이었습니다. 메트로놈으로 132라는 템포를 정해두었는데도 4마디부터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8마디쯤 가면 제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템포로 곡을 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1. 이 곡이 자꾸 빨라지는 이유
이 곡은 첫마디에서 세게 울리는 화음을 치고 늘임표에서 잠깐 멈춘 뒤, 두 번째 마디부터 아주 빠르게 달려 나갑니다. 그래서 빠르기도 첫마디를 빼면 프레스토(매우 빠르게)입니다. 악보를 보면 프레스토 옆에 콘 푸오코(con fuoco)라는 말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프레스토 콘 푸오코는 빠르고 정열적으로 치라는 뜻이라, 말 그대로 달리는 느낌을 내면서 열정적으로 쳐야 하는 곡입니다. 저는 메트로놈에 너무 매이면 기계적으로 들릴 것 같아서 템포를 132로 정하고, 그때그때 유연하게 치는 쪽으로 연습했습니다. 메트로놈에서 132는 알레그로에 해당해서 프레스토보다는 살짝 느린 템포입니다. 그래도 직접 이 템포로 쳐 보면 결코 느린 템포가 아니어서 132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첫마디와 마지막 마디를 빼면 오른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박에 네 음씩 쉬지 않고 굴러가는데, 이 네 음을 똑같은 간격으로 고르게 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 고르지 않은 네 음이 템포까지 흔들고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2. 18마디에서 빨라진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처음에는 빨라지는 게 느껴질 때마다 속으로 '빨라지면 안 돼'를 외쳤지만, 실제 연주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연습 부족이라고 판단하고 메트로놈 연습에 더 목을 매기 시작했습니다. 메트로놈을 켜 놓은 채로 곡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정확히 보인 건 그날 연습한 것을 녹음해서 들어 보면서부터였습니다. 며칠 동안 매일 녹음한 것을 이어서 들어 보니 18마디쯤만 가면 어김없이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듣는 순간 '또 빨라지는구나,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매일 연습실에 가면 전날 132까지 올렸어도 이 곡을 무조건 메트로놈 80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템포에서 20번씩 친 다음 2씩 올리는 식으로, 그날 연습 안에 목표로 정한 132까지 조금씩 올렸습니다. 예전에 이렇게 연습했을 때 날마다 조금씩 템포가 잡혔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 방법을 믿고 이어갔습니다. 132까지 올리는 건 하루면 됐지만, 그 템포가 완전히 제 것이 되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습니다.
3. 리듬 연습으로 템포를 잡다
템포를 잡는 데 도움이 된 또 하나의 연습은 오른손 리듬 연습입니다. 리듬 연습은 네 음의 길이를 일부러 다르게 바꿔 치는 연습입니다. 저는 앞 음을 길게 치는 앞부점, 뒤 음을 길게 치는 뒷부점, 셋잇단과 반셋잇단 리듬, 두 번째 음이나 세 번째 음만 길게 끄는 리듬을 각각 매일 40번씩 쳤습니다. 이 연습들을 꾸준히 하니 고르지 않던 네 음이 나중에는 고르게 났고, 손가락이 고르게 굴러가자 템포도 함께 일정해졌습니다. 소리가 고르게 나는 걸 직접 겪고 나니 리듬 연습을 놓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그 뒤로는 소리가 고르게 나는데도 혼자 불안해서 계속 리듬 연습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리듬 연습이 단순히 리듬만 바꾸는 연습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하면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
18마디에서 빨라진다는 걸 녹음으로 알고 나서야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 분명해졌습니다. 매일 80부터 다시 템포를 올리고 리듬 연습으로 네 음을 고르게 다듬다 보니, 132가 어느새 제 손에 맞는 템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실력을 더 쌓기보다 이렇게 쌓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이 곡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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