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피아노 곡

하이든 소나타 Hob. XVI:49 1악장, 3달 연습으로 찾은 해결법

여운기록자 2026. 9. 25. 16:39

목차


    하이든 소나타 Hob. XVI:49 1악장 28~30마디 악보, f와 p 강약 표시

    하이든 소나타 Hob. XVI:49 1악장은 악보만 보면 음도 빽빽하지 않아서 금방 끝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헨레 악보를 펴 놓고 약 3달을 연습해도, 녹음 속 제 연주는 항상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처럼 밋밋했고, 오른손이 저음역대로 내려가는 부분에서는 번번이 음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는 제가 겪은 문제의 원인과, 레슨에서 받은 조언으로 풀어 간 해결 과정을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같은 벽에 부딪힌 분이라면 끝까지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음은 맞는데 밋밋한 이유: 반복 패턴, 손 이동, 약박

    먼저 곡을 간단히 소개하면,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E♭장조 Hob. XVI:49는 1789년에서 1790년 사이에 완성된 곡으로, 빈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마리아 안나 폰 겐칭거에게 헌정되어 '겐칭거 소나타'라고도 불립니다.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오늘 소개할 1악장은 3/4박자의 Allegro로,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로 구성된 소나타 형식입니다. 연습하며 부딪힌 문제를 되짚어 보니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부분을 매번 똑같이 쳤습니다. 하이든은 새로운 선율을 계속 늘어놓기보다 짧은 동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고 변형하며 곡을 쌓아 가는 작곡가인데, 저는 악보에 같은 음형이 나오면 당연히 같은 소리로 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비슷하게 반복되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연주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악보에 강약 표시가 따로 적혀 있지 않다고 해서 표현까지 비워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둘째, 오른손이 저음역대로 내려가 치는 부분에서 자꾸 실수가 났습니다. 저는 앞 음을 다 치고 난 뒤에야 오른손을 옮겼는데, 손이 한가하게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급하게 내려가니 건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음을 놓치거나 옆 건반을 건드리기 일쑤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이 움직이는 타이밍에 있었습니다. 셋째, 약박으로 시작하는 첫머리를 메트로놈에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악장은 약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메트로놈을 켜 두고 연습할 때는 첫 번째 마디 동안 속으로 2박자를 세다가 마지막 박인 3번째 박에 치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마디 첫 박의 첫 음은 메트로놈에서 딱 소리가 나는 바로 그 순간에 쳐야 했습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속으로 세는 박자와 실제로 손이 나가는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돌이켜 보면 세 가지 모두 곡을 음의 나열로만 보고, 하이든이 같은 재료로 어떤 대화를 만들어 가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습니다.

    2. 연습만으론 안 풀린 문제: 녹음, 레슨, 악보 분석

    처음에는 이 문제들이 모두 연습량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음을 들어보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들렸지만,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수가 나는 부분을 붙잡고 반복해서 쳐 보았지만, 손은 익숙해져도 연주가 굉장히 밋밋하다는 느낌은 그대로였고 오른손이 저음역대로 내려가는 부분의 실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혼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전환점은 레슨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제 연주를 들으시고 같은 패턴으로 나오는 부분을 똑같이 치지 말고 악상을 달리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음형이 이어서 나오면 한 번은 f로, 다음 번은 p로 쳐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8~29마디는 f로, 30~31마디는 p로, 32~33마디는 f로 쳤습니다. 또 오른손이 저음역대로 내려가는 부분에서는 넋 놓고 있다가 급하게 가지 말고, 빨리 가서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이 두 조언을 듣고 나서야 제 문제가 손가락의 힘이나 속도가 아니라 곡을 읽는 방식과 손을 움직이는 타이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연습 방식을 바꿨습니다. 먼저 레슨을 받으면서 헨레판 악보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곳마다 펜으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헨레판은 편집자가 덧붙인 표시가 절제되어 있어서, 하이든이 직접 적은 것과 제가 스스로 해석해서 채워 넣어야 할 것을 구분하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연습할 때는 펜으로 표시해 둔 곳이 나올 때마다 악상을 달리해서 쳤습니다. 한 번은 f로, 다음 번은 p로 바꿔 치다 보니 같은 음형이라도 매번 다른 표정을 지닌 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손이 저음역대로 내려가는 부분은 손 이동이 자연스러워지도록 그 부분만 따로 떼어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3. 3달 만에 찾은 해결법: 강약 계획, 미리 이동, 메트로놈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리한 해결책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반복 패턴에서는 미리 강약 계획을 세워둡니다. 같은 음형이 이어서 나오면, 예를 들어 28~33마디처럼 한 번은 f로 당당하게, 다음 번은 p로 메아리처럼 치는 식으로 매번 말투를 바꿉니다. 어떤 강약으로 칠지는 악보에 펜으로 표시해 두고, 연습할 때마다 그 계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반복되는 부분이 같은 말의 되풀이가 아니라 질문과 대답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둘째, 오른손이 저음역대로 내려가는 부분에서는 손을 미리 옮겨 둡니다. 앞 음을 치자마자 곧바로 손을 옮겨, 다음에 칠 건반 위에 손가락을 먼저 올려 두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손 이동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그 부분만 따로 떼어 연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손이 미리 도착해 있으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고, 급하게 내려가다 음을 놓치는 실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셋째, 약박으로 시작하는 첫머리는 메트로놈 소리를 기준점으로 삼아 들어갑니다. 메트로놈을 켜고 첫 번째 마디는 속으로 박자를 세며 기다리다가, 그 마디의 마지막 박에서 치기 시작합니다. 이때 목표는 약박의 첫 음이 아니라, 두 번째 마디 첫 박의 첫 음이 메트로놈의 딱 소리와 정확히 겹치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메트로놈이 울리자마자 서둘러 들어가지 않고, 미리 마음속으로 박을 세면서 템포를 몸에 먼저 익힌 다음 약박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박을 충분히 세고 들어가니 첫 음이 메트로놈 소리와 어긋나는 일이 줄었습니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먼저 시도한다면 반복 패턴의 강약 계획부터 권합니다. 악보를 보며 패턴을 찾는 과정에서 곡의 구조까지 함께 보이기 때문에, 나머지 두 가지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방법을 쓰든 연습한 뒤에는 꼭 녹음해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칠 때는 잘 느껴지지 않던 밋밋함과 실수가 녹음에서는 분명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3달 동안 이 악장을 붙잡고 있으면서 깨달은 것은, 어려움의 원인이 손가락이 아니라 곡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같은 패턴도 매번 다르게 들려주고, 손을 한 박 먼저 움직이고, 약박에서 정확히 출발하고 나서야 하이든이 들려주려던 재치 있는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곳에서 막혀 있는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지름길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