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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소나타 24번 「테레제」 1악장은 짧아서 금방 끝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약 4개월을 연습해도 녹음 속 제 피아노 소리는 뿌옇고, 선율은 사라지고, 16분 음표는 울퉁불퉁했습니다. 이 글에는 제가 겪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 과정을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같은 벽에 부딪힌 분이라면 끝까지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음은 맞는데 음악이 안 되는 이유:조성, 템포, 페달
소나타 24번은 베토벤이 1809년에 작곡해 1810년에 출판한 작품으로,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 백작부인에게 헌정되어 「테레제에게(À Thérèse)」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테레제는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운 제자이자 오랜 벗이었습니다. 두 악장으로만 이루어진 짧은 소나타이지만, 제자 카를 체르니의 회고에 따르면 베토벤은 사람들이 「월광」만 이야기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며 이 올림바장조 소나타를 더 좋은 곡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1악장은 단 네 마디의 느린 서주 Adagio cantabile로 시작해, 소나타 형식의 본론인 Allegro ma non troppo로 이어집니다. 서주는 찬송가처럼 고요하게 노래하고, 본론은 그 노래를 조금 더 걸음을 재촉하며 이어가는 구조입니다. 제시부에서는 서정적인 제1주제에 이어 경과부가 올림라단조를 거쳐 올림다장조로 조를 바꾸고, 제2주제가 올림다장조로 나타납니다. 발전부에서는 제1주제가 올림바단조로 옮겨져 잠시 어두운 빛깔을 띠다가 다시 장조로 돌아오며, 재현부에서는 제2주제까지 모두 으뜸조로 돌아옵니다. 특이하게도 제시부뿐만 아니라 발전부와 재현부 전체에도 반복 기호가 붙어있습니다. 베토벤의 소나타 32곡 가운데 올림바장조로 쓰인 곡은 이 한 곡뿐이며, 이 조성이 곡 특유의 따뜻하고 둥근 음색을 만들어 냅니다.
연습 초반 몇 주 동안 저는 악보의 음을 틀리지 않고 끝까지 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고 느꼈을 때 처음으로 제 연주를 휴대폰으로 녹음해 들어보았습니다.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따뜻하고 투명한 소리와 달리, 녹음 속 소리는 전체적으로 뿌옇고 무거웠습니다. 서주에서는 선율과 반주가 같은 크기로 울려서 무엇이 노래인지 구분되지 않았고, Allegro에 들어서자마자 템포가 점점 빨라지면서 서주의 차분한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제2주제 부근의 16분 음표 음형은 특정 음이 튀고 특정 음은 묻혀서, 마치 계단을 헛디디며 뛰어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시부 경과부에서 조가 바뀌기 시작하는 18마디 부근부터는 박자가 머뭇거리며 흔들렸고, 페달을 밟은 부분은 화음이 섞여서 소리가 탁했습니다. 정리하면 문제는 네 가지였습니다. 선율이 들리지 않는다, 템포가 흔들린다, 빠른 음형이 고르지 않다, 소리가 탁하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연습량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 횟수만 늘렸는데, 오히려 잘못된 습관이 더 굳어지는 역효과가 났습니다. 그때부터 문제를 하나씩 뜯어보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조표였습니다. 올림바장조는 샤프가 여섯 개이고, 조바꿈이 조표 변화 없이 임시표로만 표시됩니다. 저는 어느 음에 샤프가 붙는지 계산하느라 음악을 들을 여유가 없었고, 박자가 흔들린 지점은 대부분 B# 같은 임시표가 등장하는 경과부나 제자리표가 늘어나는 발전부와 겹쳤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를 해독하는 '해독형 연주'였던 셈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템포였습니다. 베토벤은 Allegro에 'ma non troppo', 즉 '너무 지나치지 않게'라는 지시를 붙였지만 저는 빠르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렀습니다. 그 결과 선율이 숨 쉴 여유가 사라졌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약한 손가락의 음이 묻혔습니다. 세 번째 원인은 페달이었습니다. 올림바장조는 검은건반이 많고 울림이 풍부해 같은 양의 페달에도 잔향이 많이 남습니다. 그런데 저는 화성이 바뀌는 지점이 아니라 박자에 맞춰 습관적으로 페달을 갈았고, 이전 화음이 다음 화음에 겹치면서 소리가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특히 빠른 음형이 페달 속에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버린 것이 소리가 탁했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반주의 울림이 쌓여 선율까지 덮어 버렸으니, 세 원인은 서로 얽혀 문제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2. 문제를 풀어 간 과정:세 단계 연습법
첫 단계는 곡을 잠시 내려놓고 조성부터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연습 전 10분 동안 하논 39번과 41번으로 음계와 으뜸화음 아르페지오를 연습했습니다. 하논에는 올림바장조가 따로 없어서, 건반 위치가 똑같은 딴이름한소리조인 내림사장조와 내림마단조로 대신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경과부 가운데 조가 바뀌는 18~29마디와 발전부는 따로 떼어 거쳐 가는 조성을 악보에 표시한 뒤 올림라단조, 올림다장조, 올림바단조 음계를 먼저 쳐 보고 연습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샤프를 계산하지 않아도 손이 알아서 건반을 찾아갔고, 조바꿈은 예상할 수 있는 길목이 되었습니다. 조성이 익숙해지자 비로소 제 소리를 들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칸타빌레를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선율을 피아노 없이 직접 소리 내어 불러보며 숨 쉬는 지점을 찾아 악보에 표시했고, 오른손 선율만 천천히 치며 그 흐름을 건반 위에 옮겼습니다. 왼손 반주는 선율을 받쳐 주는 쿠션처럼 확실히 작게 연주했습니다. 템포는 메트로놈으로 잡았습니다. 녹음에서 빨라지는 구간을 찾아 일정한 속도로 치는 연습을 반복했고, 특히 서주에서 Allegro로 넘어가는 순간을 따로 연습해 같은 노래가 이어진다는 느낌을 유지했습니다. 'ma non troppo'의 뜻을 그제야 손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곡에서는 빠른 템포보다 흔들리지 않는 템포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빠른 음형과 페달을 다듬었습니다. 16분 음표 음형은 페달 없이 원래 템포의 절반 속도에서 시작해, 부점 리듬과 역부점 리듬으로 바꿔 가며 번갈아 쳤습니다. 리듬을 바꾸면 매번 다른 손가락에 무게가 실려 약한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힘이 길러집니다. 원래 리듬으로 돌아오자 음들이 훨씬 고르게 이어졌고, 이후 메트로놈 속도를 한 단계씩 올리다가 소리가 거칠어지면 다시 낮췄습니다. 페달은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습니다. 먼저 페달 없이 전곡을 쳐 보며 손가락만으로 레가토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화성이 바뀌는 지점에만 연필로 표시해 그 자리에서 정확히 페달을 갈았습니다. 처음에는 소리가 건조하게 느껴졌지만, 녹음으로 들으니 오히려 훨씬 맑았습니다. 빠른 음형에서는 페달을 반만 밟거나 생략했습니다. 그러자 잔향이 걷히고 선율이 반주 위로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페달을 줄이는 것이 소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점이 의외였습니다. 악보는 베토벤 곡을 칠 때 늘 그렇듯 헨레(Henle) 원전판만 사용했습니다. 자필 악보와 초판 등 원자료를 대조해 편집 근거를 밝혀 둔 판본이라 잘못된 표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페달과 아티큘레이션을 판단할 때도 믿고 따를 수 있었습니다.
3. 달라진 결과와 이 곡을 시작하려는 분께 드리는 해결책
세 단계를 거친 뒤 다시 녹음해 처음 녹음과 비교해 보니, 뭉쳐 있던 화음이 하나하나 구분되고 선율이 반주 위로 분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서주에서 Allegro로 넘어가는 흐름도 자연스러워졌고, 경과부의 조바꿈에서는 머뭇거리는 대신 올림다장조로 밝아지는 색채 변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교훈은 연습량보다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입니다. 이 곡은 베토벤 소나타 중 중급 정도로, 소나타 19번이나 20번을 쳐 본 분이라면 도전할 만합니다. 다만 음의 개수보다 조성과 음색 조절이 어려운 곡이니 손가락 기술만으로 난이도를 판단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성 익히기, 선율 만들기, 빠른 음형과 페달 다듬기의 순서로 연습하고, 서주, 제1주제, 경과부와 제2주제, 발전부, 재현부처럼 구간을 나누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연주를 꼭 녹음해 들어보기를 권장합니다. 저 역시 녹음을 듣고서야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감상용으로는 빌헬름 켐프, 알프레트 브렌델, 안드라스 시프의 연주를 정식 음원으로 비교해 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연주자마다 템포와 반복 처리가 달라 해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베토벤이 쓴 'ma non troppo'처럼, 연습도 조급하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소나타 24번 1악장은 짧지만, 피아노 전공자로서 연습 방법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 곡이었습니다. 음을 틀리지 않는 것과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전공자에게도 기본을 다시 점검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이 곡을 통해 배웠습니다. 같은 벽에 부딪힌 분들께 이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조용한 시간에 서주의 네 마디부터 천천히 노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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