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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바장조 K.332는 1784년 빈에서 K.330, K.331(터키 행진곡)과 함께 출판된 곡입니다. 1악장은 3/4박자의 소나타 형식으로, 악보를 처음 펼치면 '생각보다 할 만하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른 옥타브 연타도, 손을 크게 벌려야 하는 화음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쳐 보면 소리가 둔하고 곡이 뚝뚝 끊기며 어딘가 '모차르트답지 않게' 들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음은 다 맞게 치는데 왜 그러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녹음을 해서 들어보니 연습곡처럼 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연습했는지, 무엇으로 해결했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1. 원인: 음표가 아니라 '장면 전환'이 어려운 곡
K.332 1악장이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은 손가락 테크닉이 아니라 빠른 성격 전환에 있습니다. 제시부에서 첫 주제는 오른손이 부드럽게 노래하는 선율인데, 곧이어 양손이 주고받는 대위법적인 부분이 나오고, 22마디 끝에서는 f와 함께 라단조가 예고 없이 터져 나옵니다. 그 폭풍이 지나가면 다장조의 우아한 제2주제와 가벼운 춤곡 같은 종결 주제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오페라의 여러 인물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모든 장면을 같은 톤과 같은 팔의 무게로 쳤고, 그 결과 녹음을 해서 들어보니 곡 전체가 하나의 색으로 칠한 그림처럼 밋밋했습니다. 라단조 부분은 폭풍이 아니라 그냥 다른 부분에 비해 조금 더 큰 소리일 뿐이었습니다. 여기에 세 가지 문제가 겹쳤습니다. 첫째, 반복되는 왼손 분산화음이 손에 익으면서 소리가 커져 오른손의 선율을 덮었습니다. 둘째, 라단조 f처럼 세게 치는 곳에 들어서면 흥분해서 매번 템포가 빨라졌고, 다시 여린 부분으로 돌아와도 빨라진 템포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셋째, 쇼팽을 치던 습관이 남아 페달을 많이 밟다 보니 빠른 음계가 뭉개지고 모차르트 특유의 선명함이 사라졌습니다. 모차르트는 소리가 투명해서 이런 작은 불균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왼손 반주가 조금만 커져도 오른손 선율이 묻히고, 페달을 조금만 길게 밟아도 음이 뭉개지는 것처럼 아주 작은 차이도 숨길 곳이 없습니다. 결국 음표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소리와 성격이 문제였습니다.
2. 과정: 제가 실제로 연습한 다섯 단계
첫 이틀은 건반을 거의 치지 않고 음원을 들으며 악보에 '장면 지도'를 그렸습니다. 성격이 바뀌는 곳마다 선을 긋고 노래, 대화, 폭풍, 우아한 인사, 가벼운 춤곡처럼 한두 단어로 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이름표를 보고 악보에 적어두니 치는 도중에 악보를 보면 다음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곡의 발전부가 앞 주제를 쪼개지 않고 새로운 선율로 시작한다는 점도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일주일은 메트로놈을 ♩=80에 두고 한 손씩, 페달 없이 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오른손은 흥얼거리며 프레이즈 사이의 숨 쉴 곳을 찾았고, 왼손은 들릴락 말락 하게 치면서도 화성이 바뀌는 순간은 들리게 했습니다. 그다음 일주일은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치는 게 아니라 장면이 바뀌는 경계 앞뒤 2마디씩, 4마디 묶음만 하루에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전환이 거의 자동으로 일어났고, 곡이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주 정도 동안은 세 번 연속 실수 없이 칠 수 있을 때만 템포를 5씩 올렸고, 매 연습 끝에 녹음을 해서 연습실에서 집에 갈 때도 듣고, 다음날 연습하기 전에도 다시 들으며 문제가 들리는 마디부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암보 단계에서는 제시부와 재현부를 나란히 놓고 달라지는 곳에 펜으로 표시해 두 버전을 번갈아 치기도 하였습니다. 하루 2시간씩, 전체 6주 정도가 걸렸습니다.
3. 해결책: 문제별로 효과를 본 방법
성격 전환은 장면 이름과 경계 연습으로 해결했습니다. 라단조 포르테에서는 손가락 힘이 아니라 팔 무게를 건반에 싣고, 제2주제로 넘어갈 때는 손목을 가볍게 들어 건반을 쓰다듬듯 쳤습니다. 저는 이것을 "같은 손, 다른 사람"이라고 부르며 연습했습니다. 왼손이 클 때는 반주를 pp로 치되 베이스가 바뀌는 첫 음만 살리고, 나머지 음들은 전부 다 작게 쳤습니다. 그리고 엄지로 치는 반복음은 스치듯 가볍게 쳤습니다. 손목을 작게 회전시키듯 치면 소리가 한결 고르게 나고, 선율과 반주를 7 대 3 정도로 맞추면 오른손이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f에서 템포가 빨라질 때는 3/4박자의 박을 입으로 '하나, 둘, 셋' 세면서 쳤고, 소리는 크게 내되 박은 오히려 조금 넉넉하게 기다린다는 느낌으로 연습했습니다. 이 구간만 메트로놈과 함께 녹음해 확인했더니 효과가 좀 더 분명히 들렸습니다. 이 모든 연습은 느린 템포에서 시작해 조금씩 올려야 효과가 있습니다. 무작정 빠른 템포에서만 연습하면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페달은 초반에는 쓰지 않고 연습하다가 손가락 레가토로 곡을 어느 정도 완성한 뒤, 화성이 바뀌는 부분에만 짧게 밟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페달을 밟은 연주와 밟지 않은 연주를 녹음해서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조금 더 모차르트다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들립니다. 저는 페달을 줄이자 왼손 균형 문제까지 함께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K.332 1악장을 연습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모차르트는 음표보다 성격을 연습하는 곡"이라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원인은 빠른 성격 전환, 큰 왼손, f에서 빨라지는 템포, 과한 페달이었고, 장면 지도 → 한 손 느린 연습 → 경계 연습 → 녹음하며 템포 올리기 → 제시부
·재현부 비교 순으로 연습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했습니다. 이 곡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오늘은 전체를 치기보다 왼손만 pp로 한 번 쳐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곡의 퀄리티가 달라지고 소리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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