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저 정도는 나도 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쇼팽 바레이션 Op.posth의 악보를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곡은 16살쯤의 쇼팽이 독일 노래 「스위스 소년」의 멜로디를 여러 모습으로 바꾸어 만든 변주곡입니다. 변주곡은 '학교종이 땡땡땡'을 한 번은 느리게, 한 번은 신나게 치듯 하나의 멜로디를 여러 느낌으로 바꾸는 곡입니다. 제목의 'Op.posth'는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 출판된 곡이라는 뜻으로, 이 곡은 1851년에 세상에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막상 쳐 보니 아주 짧은 부분 하나를 치는 데 5일이 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3개월 동안 서주, 주제, 변주 1·2를 연습하며 무엇이 어려웠고, 왜 어려웠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1. 서주: 한 박자 안에 음 17개를 고르게 치기까지
서주의 5마디부터 8마디에는 한 박자 안에 음을 17개, 16개를 쳐야 하는 잇단음표가 나옵니다. "하나"라고 말하는 짧은 시간 안에 건반을 17번 눌러야 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소리를 작게 시작해 점점 크게 만드는 크레셴도로, 구슬이 데굴데굴 굴러가듯 부드럽게 쳐야 했습니다. 크레셴도는 멀리서 오던 기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음이 많을 뿐이라 쉬워 보였지만, 막상 쳐 보니 소리가 자꾸 고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달리기에서 결승선이 가까워지면 저절로 빨라지듯 음 사이가 점점 좁아져 음악이 도망갔고,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 소리가 쿵쿵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5일 동안 매일 1시간씩 리듬 연습을 하며 박자를 지키는지, 음 사이가 좁아지지 않는지, 오른손이 무겁지 않은지를 계속 확인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리듬 연습을 한 후 녹음을 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칠 때 내 귀에는 고르게 들렸는데 녹음을 들어보니 음 간격이 들쑥날쑥했습니다. 그날 녹음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다음 날 연습에 반영해서 연습했고, 연습이 5시간쯤 쌓였을 때 드디어 원하던 고른 소리가 났습니다. 빠른 음을 잘 치려면 손가락 속도보다 정확한 박자와 내 소리를 꼼꼼히 듣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주제: 꾸밈없이 단순하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주제가 시작하는 곳 악보에는 'semplice senza ornamenti'라는 이탈리아어가 적혀 있습니다. '꾸밈없이 단순하게'라는 뜻입니다. 반짝이는 장식을 달지 말고 멜로디 그 자체를 들려주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단순하게만 쳤는데, 녹음을 들어보니 밋밋함 그 자체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단순하게'를 '아무 느낌 없이'라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꾸밈없는 흰 티셔츠도 입는 방법에 따라 달리 보이고 멋져 보이듯, 음악도 장식 없이 충분히 멋지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구슬을 실에 꿰듯 음을 이어 치는 레가토, 공이 튀는 것처럼 짧게 끊어치는 스타카토, 말할 때 문장을 나누듯 음악을 한 문장씩 나누는 프레이즈를 통해서 말입니다. 또 이 부분에는 '조금 느리게 걷듯이'라는 뜻의 Andantino가 적혀 있어서, 그냥 느리게 치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은 제가 직접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며 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노래할 때처럼 숨을 쉬고, 어떤 곳은 부드럽게, 어떤 곳은 조금 힘 있게 표현했습니다. 악보의 '단순하게'는 그대로 지키면서 음 하나하나를 노래하듯 치자 음악이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단순한 멜로디가 살아 있는 노래처럼 들렸습니다.
3. 변주 1·2: 손끝과 팔로 소리를 바꾸다
변주 1에서는 오른손이 한 박자를 셋으로 나눈 셋잇단음표를 계속 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발레리나가 가볍게 춤추듯 우아하면서도 음 하나하나가 경쾌하게 들리도록 치고 싶었습니다. 왼손은 가볍게 치되, 스타카토는 말 그대로 통통 튀게 쳐야 했습니다. 마치 작은 공이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느낌입니다. 변주 2는 양손 모두 스타카토가 많아서 가볍고 또렷한 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스타카토를 잘 치려고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더니 오히려 소리가 무거워졌습니다. 팔로 건반을 꾹 누르듯 치면 소리만 쿵 하고 무거워지고, 정작 손끝에는 힘이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힘은 쓰는데 소리는 둔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가락 힘만 쓰지 않고 팔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팔을 살짝 들어 올린 다음 팔의 무게가 손끝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지도록 하고, 손끝으로 건반을 정확하게 누르는 데 집중했습니다. 공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면 잘 튀지 않지만, 가볍고 정확하게 튕기면 통통 잘 튀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손끝의 터치와 팔의 움직임을 함께 조절하자 변주 1은 우아하고 경쾌하게, 변주 2는 가볍고 통통 튀는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이 연습을 통해 힘을 세게 주는 것보다 그 힘을 어디로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곡을 완성하는 데 3개월이 걸렸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어떤 연습을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그 안에 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세 부분 모두 "잘 안 된다."에서 멈추지 않고 어려운 이유를 정확히 찾았고, 녹음으로 제 소리를 솔직하게 들었고, 악보에 적힌 말을 깊이 생각했습니다. 이 방법은 피아노뿐 아니라 공부나 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을 들을 때 서주의 구슬처럼 굴러가는 음, 노래하듯 흐르는 주제, 변주 1과 변주 2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16살 쇼팽의 재치가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피아노 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모차르트 K.330 1악장, 셋잇단음표 템포 메트로놈으로 잡은 방법 (0) | 2026.09.04 |
|---|---|
| 하이든 소나타 16-52 2악장, 겹점음표 박자 잡는 법 (0) | 2026.09.02 |
| 모차르트 K.457 1악장 연습법: 제가 막혔던 세 구간 (0) | 2026.08.29 |
|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16-52 1악장 연습하며 해결한 3가지 (0) | 2026.08.28 |
| 쇼팽 화려한 변주곡 Op.12, 양손 스타카토 연습법 (0) | 202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