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피아노 곡

쇼팽 에튀드 10-1 연습법, 고른 소리 비결

여운기록자 2026. 8. 26. 23:26

목차


    쇼팽 에튀드 Op.10 No.1 악보 첫 페이지 (1833년 출판, 출처: IMSLP)

    쇼팽 에튀드 10-1은 흔히 '승리 혹은 폭포'라는 별명을 가진 곡입니다. 이 곡은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하고 싶어 하는 곡입니다.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소리가 고르게 나지 않아 금방 좌절하기 쉽습니다.
    저도 이 곡을 약 3개월 동안 연습하면서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늘은 이 곡이 왜 어려운지, 제가 어떻게 연습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피아노를 전혀 몰라도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이 곡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 곡은 쇼팽이라는 작곡가가 스무 살 무렵에 만든 곡입니다. 에튀드는 우리말로 연습곡이라는 뜻으로, 손가락 기술을 기르기 위해 만든 곡입니다.
    이 곡에서 오른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아주 빠르게 건반을 누릅니다. 피아노 건반은 왼쪽으로 갈수록 낮은 소리,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은 소리가 나는데, 오른손이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쭉 올라갔다가 곧바로 다시 내려오는 움직임을 계속 반복합니다. 마치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가 바로 뛰어 내려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올라갈 때 한 칸이라도 잘못 밟으면 발의 위치가 어긋나서 내려올 때도 넘어지기 쉽습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올라갈 때 한 음이라도 틀리면 내려올 때도 거의 틀리게 됩니다. 그래서 내려오는 부분에서 자꾸 틀린다면, 사실은 올라가는 부분부터 내가 지금 틀리고 있지 않은지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또 이 곡은 손가락을 활짝 폈다가 다시 모으는 동작이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손을 크게 벌리면 힘이 약한 넷째 손가락과 다섯째 손가락의 소리는 작아지고, 엄지손가락이나 둘째 손가락은 혼자 크게 튀어나옵니다. 모든 소리가 고른 크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렵습니다. 힘이 센 엄지와 둘째 손가락으로 치는 음은 일부러 작게, 힘이 약한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으로 치는 음은 일부러 크게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엉뚱한 음 하나만 크게 튀어도 듣는 사람의 귀에는 바로 들립니다.
    저는 비슷한 손가락 연습을 오랫동안 많이 해왔는데도, 이 곡을 처음 쳤을 때 소리가 고르게 나지 않아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습니다.

    2. 하루 6시간 리듬 연습, 100시간 만에 찾아온 변화

    소리를 고르게 만들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리듬 연습이었습니다. 이 곡은 원래 모든 음을 똑같은 길이로 치는데, 리듬 연습은 일부러 어떤 음은 길게, 어떤 음은 짧게 바꿔서 치는 연습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따안-딴, 따안-딴처럼 길고 짧게 치기도 하고, 반대로 딴-따안처럼 짧고 길게 치기도 했습니다. 세 개씩, 다섯 개씩, 아홉 개씩 음을 묶어서 끊어 치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렇게 치는 방법을 바꾸면 평소에는 작게 묻히던 소리도 한 번씩 또렷하게 귀로 듣게 됩니다. 음 하나하나가 잠깐씩 주인공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떤 손가락이 약한지 귀로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습니다.
    저는 음악춘추사에서 나온 파데레프스키판 악보를 보며, 치는 방법 하나하나를 매일 최소 40번씩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하루 6시간 이상, 약 3개월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습했습니다.
    이 곡을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소리가 좋아지는 게 바로바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손이 그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아 원하는 소리를 내지 못해서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손이 움직임을 익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버텼더니, 연습 시간이 약 100시간쯤 쌓였을 때부터 조금씩 원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연습이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 날 소리로 들리게 된 것입니다. 저는 원하는 소리가 조금씩 나타나자 그날 연습실에서 굉장히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3. 쉬워 보이는 왼손이 사실은 주인공

    이 곡을 칠 때 오른손만큼 중요한 것이 왼손입니다. 왼손은 손을 쫙 펴서 낮은 도와 높은 도처럼 이름이 같은 두 음을 한꺼번에 누르는 것을 계속 반복합니다. 이것을 옥타브라고 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오른손에 비해 왼손은 옥타브만 누르면 되기에 쉬워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함정입니다.
    왼손은 오른손에 박자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곡 전체의 노래를 이끌어 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안에 있는 작은 망치가 줄을 때려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작아지다 사라집니다. 그래서 소리 하나하나가 뚝뚝 끊겨 들리지 않고 하나의 노래처럼 이어지도록, 언제 다음 건반을 누를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왼손만 따로 여러 번 치면서 음악이 중간에 끊기지 않는지 귀로 확인했습니다. 왼손 소리가 다음에 어디로 향해 가는지 생각하면서 치니 훨씬 노래가 이어지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두 손을 함께 칠 때도 화려한 오른손에만 신경 쓰지 않고 왼손의 노래가 잘 들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귀는 계속 왼손을 따라갔습니다.
    정리하면, 올라가는 부분을 틀리지 않게 치고, 리듬 연습을 꾸준히 하고, 왼손을 노래처럼 치는 것이 제가 찾은 해결 방법입니다.

    이 곡을 연습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연습한 만큼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저 역시 소리가 고르지 않아 화가 났던 날이 많았지만, 꾸준히 연습한 끝에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무언가를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결과가 보이지 않아 힘든 분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꾸준히 쌓은 연습은 반드시 결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