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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가 쓴 '평균율 곡집 1권 6번(BWV 851)은 선생님이 한 번 악보를 봐 보라고 권해주셔서 혼자 붙잡게 된 곡입니다. 프렐류드랑 푸가가 길지 않아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앞 곡은 치다 보면 자꾸 빨라지고 뒷 곡은 멜로디가 어디에 있는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레슨 해 주는 사람 없이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풀었는지 적어 봅니다.
1. 왜 흐트러졌나
이 곡은 '프렐류드'라는 앞곡과 '푸가'라는 뒷곡이 한 쌍으로 되어 있습니다. 혼자 치다 보니 제 연주를 들어줄 사람은 휴대폰 녹음뿐이었는데, 처음 녹음을 들었을 때 앞 곡 뒷부분이 앞부분보다 눈에 띄게 빨라져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앞곡은 오른손이 세 음씩 묶인 음을 거의 쉬지 않고 굴러가고, 왼손은 그 아래에서 낮은음을 한 걸음씩 천천히 짚어 나갑니다. 오른손이 훨씬 바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오른손 박자에 끌려갔고, 왼손은 발걸음을 잡아주지 못하고 그냥 따라가고만 있었던 겁니다. 뒷 곡은 짧은 멜로디 하나를 높은 목소리, 가운데 목소리, 낮은 목소리 셋이 돌림노래처럼 주고받는 곡입니다. 그런데 이 멜로디가 거꾸로 뒤집혀서, 올라가던 음이 내려가는 모양으로도 나옵니다. 앞 멜로디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멜로디가 중간에 끼어드는 곳도 많아서, 가운데에 숨은 멜로디는 귀로만 듣고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2. 어떻게 연습했나
저는 바흐 곡을 새로 펼치면 항상 제가 쓸 손가락 번호부터 악보에 전부 적어 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바흐 곡은 한 손으로 두 멜로디를 같이 치는 곳이 많아서, 한 손가락으로 음을 누르고 있는 동안 다른 손가락으로 옆 멜로디를 움직여야 합니다. 번호를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누르고 있어야 할 음을 놓치거나, 발로 밟는 페달로 대충 덮어 버리게 됩니다. 이 곡도 세 음 묶음 하나하나에 번호를 적었고, 같은 모양은 늘 같은 손가락으로 치니 손이 덜 헤매었습니다. 그다음 왼손만 따로 떼어 입으로 흥얼거릴 수 있을 때까지 쳤고, 오른손을 붙인 뒤에는 똑딱똑딱 박자를 알려주는 메트로놈을 평소 절반 빠르기로 맞춰 놓고 세 음 묶음의 첫 음이 똑딱 소리에 딱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뒷곡은 역시 버릇대로 멜로디가 나오는 자리를 악보에 모두 표시했습니다. 뒤집힌 멜로디까지 찾아 표시하고 나니 멜로디가 이렇게 빽빽하게 겹쳐 있었나 싶었고, 그 뒤로는 치기 전에 어느 손에서 멜로디가 시작되는지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3. 무엇이 풀어 줬나
앞곡은 왼손을 곡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왼손 낮은음을 조금 깊게 누르고 오른손은 그 위에서 가볍게 그 위에서 가볍게 굴러가게 두니, 빨라지던 버릇이 따로 고치지 않아도 사라졌습니다. 끝부분에서 굴러가던 음이 멈추고 여러 음이 한꺼번에 울리는 곳은 서두르지 않고 그전마디부터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치니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뒷곡은 표시해 둔 자리마다 그 멜로디만 조금 크게 강조해서 치고 나머지는 한 발 물러서듯 작게 쳤습니다. 페달은 거의 쓰지 않고 적어 둔 손가락 번호대로 음을 연결하니 세 목소리가 뭉개지지 않았고, 녹음에서 뒤집힌 멜로디가 처음으로 제 귀에 들렸습니다. 빠르기도 세 목소리가 다 따로 들리는 만큼으로 다시 정했습니다.
레슨 없이 이 곡을 보면서 가장 든든했던 건 번호와 표시로 빼곡해진 제 악보였습니다. 혼자 바흐를 쳐 보고 있다면 손가락 번호와 멜로디 자리부터 악보에 적어두고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그 악보를 들고 녹음을 반복하고 나서야 끝까지 편안하게 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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