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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소나티네 1악장은 분량이 2장밖에 안 돼서 처음에는 금방 잘 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쳐 보니 멜로디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고 자꾸 툭툭 끊겨서 노래의 흐름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제 소리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1. 노래가 끊기는 세 가지 자리
제가 보는 악보는 이 곡을 처음 출판한 프랑스 출판사 뒤랑(DURAND)의 악보입니다. 이 곡의 1악장은 첫 줄부터 두 손이 서로 교차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손이 엇갈리는 순간에도 멜로디는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처럼 이어져야 하는데, 이 자리에서 손가락이 어색하게 바뀌면서 노래가 토막토막 끊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성 소리가 큰 것도 멜로디 소리가 끊기게 들리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내성은 멜로디와 맨 아래 베이스 소리 사이,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말합니다. 이 곡은 내성이 멜로디 바로 아래에서 잔잔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손가락마다 비슷한 힘이 들어가면 내성이 멜로디만큼 커지고 듣는 사람 귀에는 멜로디가 중간중간 끊기는 것처럼 들립니다. 라벨은 음을 여러 개 겹쳐 쌓은 화음을 자주 쓰는데, 이 화음의 음들이 모두 똑같이 울리면 가볍게 지나가야 할 소리가 두껍게 뭉치면서 흐름이 끊기게 됩니다.
2. 손가락 번호를 바꾸고 내성과 씨름한 과정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제 연주를 녹음해서 들어보니, 정말 손이 교차하는 부분마다 멜로디가 뚝뚝 끊겨 들렸습니다. 악보에 적힌 손가락 번호대로 치면 손이 엇갈리는 자리마다 제 손으로 음과 음을 매끄럽게 잇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이 곡의 손가락 번호가 나오는 연주 영상을 찾아 참고했고, 그걸 바탕으로 제 손에 편한 번호를 새로 정해 악보에 적었습니다. 번호를 바꾸고 나니 멜로디는 하나로 이어졌지만 내성 소리는 여전히 컸습니다. 가운데 음의 소리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고, 굳이 두꺼울 필요 없는 부분에서도 소리가 자꾸 묵직하게 울렸습니다. 그래서 내성 소리만 따로 떼어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3. 노래를 잇고 소리를 덜어내는 방법
손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노래가 끊긴다면 악보에 적힌 손가락 번호만 고집하지 말고 나에게 맞는 손가락 번호를 찾아보기를 추천합니다. 손 크기나 손가락 길이는 사람마다 달라서, 악보에 나와 있는 번호가 모든 사람에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혼자 정하기 어렵다면 선생님께 여쭤보거나 유튜브에 곡명을 검색해 손가락 번호가 나오는 영상을 참고한 뒤, 직접 쳐 보면서 멜로디가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번호로 정하면 됩니다. 내성 소리를 줄이려면 내성만 따로 떼어 리듬을 바꿔 치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내성을 앞부점(길고 짧게)과 뒷부점(짧고 길게) 리듬으로 바꿔 쳤고, 스타카토(음을 짧게 끊어치기)로도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연습하면 내성을 치는 손가락이 건반에 오래 머물지 않고 가볍게 움직이는 감각을 익힐 수 있습니다. 화음이 두껍게 뭉치는 것도 가운데 음이 무겁게 울려서 생기는 일이라, 내성을 가볍게 치는 연습이 두 문제를 함께 덜어줍니다. 이렇게 연습한 후에는 꼭 녹음해서 내 연주가 어떤지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칠 때는 괜찮은 것 같아도 녹음해서 들으면 내 연주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라벨 소나티네 1악장에서 노래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고 끊길 때가 있다면 손이 교차하는 자리의 손가락 번호와 지금 내가 치고 있는 내성 소리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멜로디를 이어받을 손가락을 정해두고 가운데 내성 소리는 작게 치는 연습을 하면 노래가 훨씬 잘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곡을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첫 줄 몇 마디라도 이 방법으로 쳐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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