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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곡

베토벤 소나타 21번 1악장, 팔이 굳는 이유

여운기록자 2026. 10. 1. 01:48

목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소나타' 1악장 첫 부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은 베토벤의 후원자였던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바친 곡이라 '발트슈타인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저는 이 곡 1악장을 실기곡으로 처음 연습할 때 첫 페이지를 다 치기도 전에 양쪽 팔뚝이 뻐근해져서 한참을 쉬어야 했습니다. 오늘은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제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어떻게 풀게 되었는지 차례대로 적어 보려고 합니다.

    1. 여리게 치려다 굳는 이유

    1악장은 빠르고 힘차게 치라는 지시와 함께, 아주 작은 소리로 같은 화음을 쉬지 않고 두드리면서 시작합니다. 악보에 적힌 pp는 '아주 여리게'라는 뜻인데, 이걸 보면 손에 힘을 다 빼고 쳐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쳐 보면 반대가 됩니다. 소리가 커질까 봐 겁이 나니까 오히려 손목과 팔에 힘을 꽉 준 채로 건반을 조심조심 누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굳은 팔로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니 금방 지쳤고, 지치고 나면 박자가 규칙적이지 않거나 중간중간 화음 하나가 아예 소리가 안 나기도 했습니다. 듣는 사람 귀에는 일정하게 들려야 할 부분이 덜컹거리는 자동차처럼 고르지 않게 들립니다.

    2. 연습량을 늘렸더니 더 나빠졌던 과정

    처음에는 연습량이 부족해서 팔이 굳는 줄 알고 메트로놈을 켜 놓고 같은 부분만 2시간씩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오래 칠수록 팔이 더 빨리 아파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은 자세는 그대로 하면서 연습량만 늘렸으니 굳는 습관이 더 단단해진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아주 천천히 치면서 거울로 손목의 움직임을 지켜봤는데, 화음 하나를 칠 때마다 손목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고 손가락을 건반에서 높이 뗐다가 내리찍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빠른 곡에서 움직임이 크면 손목은 더 경직되고 힘도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3. 건반 가까이, 몇 개씩 묶어서 치기

    제일 먼저 바꾼 건 손가락을 건반 표면에 얌전히 붙여 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건반이 끝까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건반이 반쯤 올라왔을 때 다시 누르는 느낌으로 치니까, 움직임도 줄어들고 소리도 저절로 작아졌습니다. 다만 업라이트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보다 건반이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서 너무 얕게 치면 소리가 빠질 수 있으니, 그럴 때는 건반이 조금 더 올라왔을 때 치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화음을 하나하나 따로 치는 것이 아니라 네 개를 한 덩어리로 생각했습니다. 덩어리의 첫 화음에만 살짝 무게를 싣고 나머지 음들은 가볍게 치며 따라오게 두니 팔이 잠깐씩 쉴 틈이 생겼고, 박자가 흔들리던 것도 함께 잡혔습니다. 빠르기는 팔이 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속도까지만 조금씩 올렸고, 뻐근해지기 시작하면 그 바로 전 속도를 그날 연습의 최대 속도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몇 주를 보내고 나니 첫 페이지를 끝까지 쳐도 팔이 버틸 만해졌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발트슈타인 1악장 도입부가 힘들었던 건 여리게 치려는 마음에 팔을 굳혀 버린 탓이 컸습니다. 건반 가까이에서 작게 움직이고 몇 개씩 묶어서 치면 팔도 덜 지치고 소리도 훨씬 고르게 납니다. 이 곡을 연습하다 팔이 아프면 연습 시간을 늘리기 전에 현재 내 손목의 모양은 어떤 지부터 살펴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