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베토벤 소나타 23번「열정」 1악장 악보를 처음 펼쳤을 때 가장 걱정한 것은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게 쳐야 할 곳은 자꾸 커지고, 크게 터뜨려야 할 곳은 소리가 깨져서 들렸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리를 내는 방법부터 잘못되어 있었고, 그걸 바로잡는 데 몇 주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1. 첫 페이지가 유독 어려운 이유
소나타 23번 Op.57은 베토벤이 1804년부터 1805년 사이에 쓴 곡이고, 「열정」이라는 이름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 출판사가 붙인 것입니다. 이름 때문에 처음부터 세고 격한 감정을 담아서 치는 곡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1악장은 의외로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합니다. 두 손이 두 옥타브 떨어진 채 같은 선율을 함께 치기 때문에, 두 손이 조금만 어긋나도 소리가 따로 들리게 됩니다. 저는 처음에 두 손을 맞추는 데만 정신이 팔려 손가락에 불필요하게 많은 힘이 들어갔고, 그 결과 pp(매우 여리게)가 p(여리게) 소리 크기 정도로 들렸습니다. 반대로 갑자기 ff(매우 세게)로 터지는 부분에서는 풍부하게 울려야 할 소리가 건반을 내리치는 소리로 났습니다. 돌아보면 두 문제는 뿌리가 같았습니다. 작은 소리를 낼 때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큰 소리를 낼 때는 건반을 때리듯 쳤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2.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다시 만든 과정
그래서 소리를 내는 방법부터 다시 바꿨습니다. 여린 부분을 칠 때는 건반에 손가락을 최대한 붙이고 떼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건반 바닥까지 양손을 천천히 같은 타이밍에 누르는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을 빼려고 건반을 살짝 건드려 봤는데 음이 아예 안 나거나 크기가 들쑥날쑥했고, 천천히 끝까지 누르니 작지만 또렷한 소리가 났습니다. 두 손을 맞출 때는 템포를 절반 이하로 낮추고, 두 음이 한 음처럼 들릴 때까지 첫 네 마디만 반복했습니다. 첫 페이지 중간쯤 왼손에 나오는 네 음짜리 짧은 부분, 같은 음을 세 번 치고 반음 내려가는 곳도 따로 떼어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세 번째 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점점 커졌는데, 세 음을 같은 크기로 두드리고 마지막 음만 살짝 힘을 빼니 멀리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긴장이 생겼습니다. ff(매우 세게) 부분은 귀로 내 소리를 들어가며 내 소리가 지금 때리는 소리인지 아닌지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팔 무게를 함께 실어 연습하니 손가락 힘만 쓸 때보다 소리의 퀄리티가 좋아지고 듣기 좋은 풍부한 소리가 났습니다.
3. 달라진 점과 이 곡을 시작하는 분께
그렇게 몇 주를 첫 쪽만 연습하다 보니 첫 페이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를 내야 하니 움츠리고 시작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소리는 정말 작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그 뒤에 나오는 큰 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로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곡의 극적인 느낌은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대비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곡 연습을 시작하려는 분들께는 첫 페이지만 따로 떼어 하루 15분씩 소리 크기 연습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악보의 pp와 ff 옆에 1부터 10까지 내가 내고 싶은 소리의 크기를 숫자로 적어 두면 소리를 낼 때 기준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pp는 2 정도, ff는 9 정도로 정해두고, 치다가 소리를 들었을 때 내 계획보다 크게 들리면 그 부분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연습했습니다. 템포를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두 손으로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매일 차분히 연습하는 것이 결국 지름길이었습니다.
열정 소나타 1악장은 화려하고 센 곡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제게 가장 큰 숙제를 준 곳은 가장 조용한 첫 페이지였습니다. 작은 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매일 연구하고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바꾸고 나서야 큰 소리도 제대로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곡을 연습할 때 첫 네 마디를 건반 바닥까지 천천히 깊게 눌러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피아노 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드뷔시 달빛, 소리가 뭉개질 때 (0) | 2026.10.05 |
|---|---|
| 라벨 소나티네 1악장, 노래가 끊기는 이유 (0) | 2026.10.04 |
| 베토벤 소나타 21번 1악장, 팔이 굳는 이유 (0) | 2026.10.01 |
| 바흐 평균율 6번 BWV 851 혼자 연습하며 막혔던 부분과 해결 방법 (0) | 2026.09.29 |
| 쇼팽 소나타 2번 1악장 템포가 무너지는 이유 (0) | 2026.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