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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곡

베토벤 소나타 2번 4악장, 엄지가 무거울 때

여운기록자 2026. 10. 8. 23:54

목차


    베토벤 소나타 2번 4악장 시작 부분 (출처:IMSLP,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전집판 1862년)

    베토벤 소나타 2번 4악장은 첫 음부터 왼손이 A장조 아르페지오를 순차적으로 누르며 시작하고, 그 흐름을 오른손이 이어받아 위로 올라갑니다. 아르페지오는 여러 음을 한꺼번에 누르지 않고 한 음씩 차례로 이어서 치는 것을 말하는데, 저는 이 짧은 몇 음에서 3주 동안 막혔습니다. 엄지가 건반에 닿을 때마다 툭 하고 무거운 소리가 떨어져서, 가볍게 흘러가야 할 부분도 자꾸 덜컹거리게 들렸습니다.

    1. 엄지만 무겁게 떨어지는 이유

    아르페지오로 위로 올라가려면 엄지가 다른 손가락 밑으로 넘어가서 자연스럽게 다음 음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다른 손가락은 건반 위에서 손끝으로 가볍게 누르는데, 엄지는 옆으로 누운 채 손 아래로 들어가야 해서 움직이는 방향부터 다릅니다. 게다가 엄지는 다섯 손가락 중 가장 굵고 힘이 센 손가락이라,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소리가 굉장히 커집니다. 저는 엄지를 칠 때 소리를 어떻게 낼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쳤고, 그러다 보니 소리가 조절되지 않아 엄지 음만 무겁고 크게 났습니다. 고르게 올라가던 음들 사이에서 한 음만 쾅하고 세게 들리면, 듣는 사람에게는 매끄럽게 이어지던 멜로디가 그 자리에서 뚝 끊긴 것처럼 들립니다. 이 곡은 악보 맨 위에 '우아하게'라는 뜻의 그라치오소(Grazioso)라는 말이 적혀 있어서, 첫 아르페지오부터 끊기고 무거우면 곡이 원하는 분위기와 멀어집니다.

    2. 엄지를 약하게만 쳐 봤더니

    그래서 처음에는 엄지 음만 약하게 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지 소리에 갑자기 신경을 쓰니, 나머지 음들이 붕붕 떠 있는 것처럼 또렷한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소리를 고치려다 더 큰 문제가 생겨 버린 셈입니다. 결국 빠르기를 확 낮추고, 건반 하나하나를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익혔습니다. 느리게 치면서 엄지가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도 다시 정리했습니다. 손을 살펴보니 엄지는 바로 앞 손가락이 건반을 누른 뒤에야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쳐야 할 순간에 엄지가 건반 위에 미리 가 있지 않고 그제야 도착하니, 소리를 조절할 틈도 없이 그냥 눌러 버리게 됐던 것입니다.

    3. 엄지를 미리 보내고 세 음씩 묶어 치기

    가장 먼저 한 것은 엄지를 미리 보내는 연습입니다. 둘째, 넷째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는 동안 엄지가 손바닥 밑에서 조금씩 움직여서, 다음에 칠 건반 위에 바로 가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엄지를 언제 보내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엄지가 미리 건반 위에 와 있으면 급하게 누를 필요가 없고, 어떤 크기로 칠지 생각할 여유도 생깁니다. 그다음에는 세 음씩 묶어서 쳐 봤습니다. 이 곡의 오른손 첫 부분을 예로 들면, 도#, 미, 라를 칠 때 미가 엄지로 치는 음입니다. 엄지로 치는 미를 가운데 두고 앞뒤로 한 음씩 붙여서, 세 음을 이어 칠 때 엄지가 어떻게 넘어가야 매끄러운지 살폈습니다. 붕붕 뜨던 나머지 음들도 함께 잡아야 했습니다. 이 소리는 빠르기를 늦추고 건반을 깊게 누르면서, 뜨는 소리 없이 한 음 한 음 또렷하게 나도록 다듬었습니다. 그게 되고 나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쳐 보며, 엄지 음이 혼자 튀지 않는지와 다른 음들이 또렷하게 나는지를 귀로 듣고 녹음으로도 확인했습니다. 빠르기를 무작정 올리다가 툭 소리가 다시 나면 욕심을 버리고 세 음 묶음 연습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니 엄지 소리는 가벼워지고 나머지 음들도 또렷해져서, 아르페지오가 한 줄로 고르게 이어졌습니다.

    첫 아르페지오에서 엄지 소리가 무거웠던 건, 엄지를 칠 때 소리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눌러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엄지를 미리 보내 두고 세 음씩 묶어 넘어가는 연습을 한 뒤에야 아르페지오가 가볍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르페지오는 곡 중간에도 몇 번이나 다시 나오기 때문에, 엄지 하나만 바로잡아도 곡 전체가 훨씬 우아하게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