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전공하면 악기와 애증의 관계가 된다는 말, 저는 그게 정말인 줄 몰랐습니다.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 감각을 고스란히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음악과 문학이 은유로 맞닿는 순간, 그리고 제가 전공 시절 느꼈던 감정들이 화면 속에 겹쳐 보였습니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음악 전공의 현실낭만주의(Romanticism) 음악을 이야기할 때 브람스, 슈만, 클라라의 삼각관계는 항상 빠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여기서 낭만주의란 19세기 유럽에서 꽃핀 예술 사조로, 감정과 개인의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브람스는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했고, 클라라가 세상을 떠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도 숨을 거..
솔직히 저는 연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사람이 연애 감각을 잃어간다는 게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를 보다가 화면 속 유미의 상황이 불과 몇 달 전 제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멈칫했습니다. 편안함에 익숙해진 사람의 세포가 어떻게 하나씩 꺼져가는지, 그리고 다시 어떻게 켜지는지를 이 드라마는 제법 정확하게 짚어냅니다.연애세포가 죽는다는 게 비유가 아니었습니다일반적으로 사람이라면 "연애를 안 하면 연애 감각이 무뎌진다"는 말을 그냥 흘려듣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을 보면서 그게 단순한 비유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드라마에서 유미의 세포 마을에는 '냉동기지'라는 장소가 등장합니다. 냉동기지란 더 이..
여러분은 어른이 되면 방황이 끝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 전제가 틀렸다고 봅니다. 한 여자의 태어남부터 엄마가 되기까지를 통째로 담아낸 드라마를 보면서, 제 사춘기 시절 엄마에게 무작정 반항하던 기억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분명히 내가 잘못했는데도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감각이 드라마 속 인물과 너무 겹쳐 보여서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습니다.방황, 어른에게도 찾아온다일반적으로 방황은 청소년기에 끝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사회초년생이 된 뒤에도 저는 꽤 오랫동안 갈 방향을 못 잡고 이리저리 치였습니다. 드라마 속 애순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눈칫밥을 피해 도망치듯 살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대학도 가고 시인도 되겠다는 꿈을 ..
대한민국 톱 여배우가 실은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는 소시오패스였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는 그 한 줄 설정만으로 보는 내내 손에서 폰을 못 놓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설마 이게 현실적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제 주변 이야기를 꺼내려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사람이 안으로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게,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친애하는 X, 가면 페르소나드라마 속 백아진은 어디서든 빛이 나는 인물입니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주위 사람들이 열광할 정도로 자체 발광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그 화려함의 정체는 철저히 설계된 페르소나(Persona)였습니다. 여기서 페르소나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로, 타인..
가해 학생이 교사를 살해하고도 단기 2년, 장기 4년 형을 받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말이 돼?"가 아니라 "이게 현실이랑 다른 점이 뭐지?"부터 떠올렸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실제로 요즘 학교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너무나도 잘 담았습니다. 판타지라고 하기엔 현실의 결핍이 너무 정확하게 담겨 있는 드라마입니다. 교권 추락,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심각합니다일반적으로 교권 침해는 뉴스에서나 보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릅니다.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대걸레를 들고 선생님에게 대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이 대걸레를 들고 선생님과 싸운 ..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그냥 흔한 메디컬 드라마겠거니 했습니다. 수술 장면에 긴장하고, 잘생긴 의사가 나오는 그런 류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회를 보고 나니 이건 병원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라는 걸 느꼈습니다. 대학병원을 자주 드나드는 저로서는 드라마 속 장면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았고, 그게 오히려 더 마음 깊이 파고들었습니다.병원 현실, 병원이 품는 이야기들일반적으로 병원은 아프면 가는 곳, 즉 치료의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대학병원은 그냥 치료 기관이 아니라 생로병사(生老病死)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생로병사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 삶의 전 과정을 뜻하는 말로, 동양 철학에서 인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