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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톱 여배우가 실은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는 소시오패스였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는 그 한 줄 설정만으로 보는 내내 손에서 폰을 못 놓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설마 이게 현실적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제 주변 이야기를 꺼내려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사람이 안으로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게,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면 페르소나 — 완벽한 이미지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드라마 속 백아진은 어디서든 빛이 나는 인물입니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주위 사람들이 열광할 정도로 자체 발광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그 화려함의 정체는 철저히 설계된 페르소나(Persona)였습니다. 여기서 페르소나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사회적 가면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진짜 나"가 아닌, "보여주고 싶은 나"를 연기하는 것입니다.
아진은 학교에서는 착하고 배려 깊은 학생이었고, 선생님 앞에서는 불우한 환경을 감동적으로 꺼내 동정을 이끌어냈습니다. 동시에 학생들의 약점을 파악해 조용히 수금하거나, 라이벌을 제거할 때는 자신의 손을 전혀 더럽히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였죠. 이런 행동 패턴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즘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착취하는 성향을 뜻하며, 소시오패스 성향과 함께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저는 꽤 불편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실제로 비슷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물음에 늘 따뜻하게 답해주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주변의 모든 시기와 질투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처럼 보였고, 저도 한동안 그게 진짜 그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친구를 통해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친절한 모습은 상황에 맞게 의도적으로 설계된 이미지였고 실제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고 합니다. 그 때 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진의 경우 그 정도가 훨씬 극단적이긴 합니다. 학부모 네트워크를 이용해 라이벌을 토론대회에서 배제시키고, 도난 사건을 치밀하게 연출해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만들고,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까지 설계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바닥에 깔린 구조, 즉 "살아남기 위해 이미지를 통제한다"는 논리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작동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이미지를 조작하는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 행동은 사회적 환경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페르소나(Persona):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사회적 가면. 아진은 이를 생존 전략으로 사용
-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목적을 위해 타인을 도구화하는 성향. 아진의 행동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남
-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 자신을 유리하게 보이도록 이미지를 통제하는 행동. 현실에서도 흔히 발생
소시오패스 — 악마인가, 피해자인가
드라마가 단순히 "나쁜 여자" 이야기로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드라마 친애하는 X가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아진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진은 도박에 빠진 아버지 밑에서 사실상 혼자 성장했습니다. 그 아버지는 딸을 딸로 보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여겼고, 아진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지켜줄 어른이 단 한 명도 없는 환경에 내던져졌습니다. 이런 성장 배경은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의 발현과 연관이 깊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란 타인의 감정이나 권리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사회 규범을 따르지 않는 성격 장애를 의미합니다. 소시오패스는 이 장애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며,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의 방임이나 학대가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진이 준서에게 "난 집보다 여기가 더 편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설계하던 그녀가 딱 그 한 마디에서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완벽한 이미지 뒤에 단 한 명, 준서만큼은 진짜 자신을 아는 존재로 뒀다는 게, 그녀가 완전한 악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깁니다.
그렇다고 아진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타인의 약점을 수집해 협박 수단으로 삼고,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고,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 아버지를 살해하도록 유도한 것은 명백한 가해입니다. 그녀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다른 누군가를 피해자로 만드는 행동을 면죄해주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이 사람은 악인인가 피해자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독자에게 계속 던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도 제 주변의 그 친구를 떠올리며 비슷한 질문을 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실은 굉장히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는데, 그 충격이 그 사람을 나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교훈도 있지만, 반대로 내면을 너무 들여다보려다가 자신이 이용당하는 상황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인간관계는 어느 쪽이든 단순하지 않다는 거겠죠.
자주 묻는 질문
Q. 친애하는 X 원작이 있나요?
A. 네, 동명의 웹툰이 원작입니다. 티빙이 해당 웹툰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했습니다. 원작 웹툰을 먼저 보셨다면 드라마에서 시각적으로 구현된 아진의 표정 연기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Q.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다른 건가요?
A. 둘 다 반사회적 인격장애(ASPD)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주로 선천적 요인이 강하고 감정 자체가 결여된 경우가 많은 반면, 소시오패스는 후천적 환경, 특히 어린 시절의 방임이나 학대와 연관이 깊습니다. 아진의 경우 성장 배경을 고려하면 소시오패스 유형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Q.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A. 완벽하게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태도가 극단적으로 달라지거나, 관계에서 항상 자신이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드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겉으로 너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이면을 천천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 드라마에서 김유정 배우 연기가 정말 좋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A.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착한 웃음과 냉혹한 눈빛을 같은 장면 안에서 오가는 장면들이 특히 압도적이었습니다. 파격 변신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 전체의 몰입도를 김희정 배우의 연기가 상당 부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결론
친애하는 X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보기에는 불편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정확히 이 작품의 힘입니다. 아진이라는 인물은 드라마적 허용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아니라, 특정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실제적인 인간 유형에 가깝습니다. 저도 제 주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사실이 더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은 흔한 교훈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 반전을 경험하면 꽤 오래 남습니다. 동시에 저는 사람이 꼭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수하고, 흐트러지고, 그래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어쩌면 내 주변에도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 번쯤 주변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