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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곡

슈만 판타지 연습 후기, 견디다 못해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여운기록자 2026. 8. 10. 23:17

목차


    슈만 판타지 2악장

    피아노를 연주하다 보면 처음에는 강렬하게 , 하지만 때로는 부드럽게 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슈만 판타지 2악장이 딱 저에게 그랬습니다. 곡의 도입부에 여러 음을 부드럽지만 약하지만은 않게 연주합니다. 곡 도입부부터 여러 음을 실수 없이 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매우 컸습니다.

    1. 슈만 판타지, 시작부터 부담인 곡

    이 곡은 mf정도로 시작하지만 굉장히 많은 음을 처음부터 쳐야 하는, 연주자에게는 굉장히 부담이 크게 다가오는 곡 중 하나입니다.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연주자에게 시작부터 글리산도를 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입니다. 글리산도는 내가 딱 자세를 정해서 치는 것이 아니라 음을 순차적으로 누르는 것이기 때문에 순간 내 손이 다른 음을 치게 되면 완전히 다른 화음을 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곡을 칠 때 굉장한 부담감을 혼자 받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차라리 걱정할 시간에 연습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게 내 연주 실력에는 더 도움이 되고,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이거는 '할 필요가 없는 걱정이다'라고 생각하고 더욱 연습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 번호와 손목의 움직임, 자세를 확실하게 정해두면 그 이후에는 틀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왼손 글리산도는 1마디뿐만 아니라, 6마디에도 나오고 198마디에도 나옵니다. 나올 때마다 새로운 구간을 연습하는 거 같이 연습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내가 연습을 했으니까 그걸 똑같이 적용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연습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모든 글리산도가 나오는 구간에서 더 이상 부담을 가지고 치는 게 아니라 치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바로 반복 연습의 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던 것이 나중에는 즐길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2. 붓점 리듬, 무너지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새로운 곡을 보기 시작하면 붓점 리듬이 쉽게 무너지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곡을 처음 연습할 때 붓점 리듬이 나온다 하면 속으로 박자를 셉니다. 이게 앞붓점 리듬인지, 뒷붓점 리듬인지 먼저 파악한 다음 어떻게 쳐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앞붓점은 첫 번째 박자 때 음을 치고 두 번째 박자와 세 번째 박자는 속으로 박자를 센 후, 네 번째 박자 때 뒤에 있는 짧은 음을 치는 방식입니다. 뒷붓점은 첫 번째 박자 때 음을 치고 두 번째 박자 때 또 음을 치고 세 번째 박자와 네 번째 박자는 속으로 세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속으로 세는 방식을 고수하다 보면 어느샌가 내 마음속에 정확한 박자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박자는 내가 아무리 떨리는 상황이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연습 방식으로 많이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떨리는 상황이 닥쳐오면 더 리듬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 떨리는 상황이 레슨을 받을 때라면 그냥 그 시간에 선생님께 지적받으면 그만이지만, 내가 연주하는 자리는 상대방이 나를 평가할 수도 있기에 더욱이 리듬에 대하여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시간예술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담을 수도 없고 사라지는 것이기에, 무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다면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3. 견디다 못해 시작한 발 구르기 연습

    저에게는 항상 어릴 때부터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치고 싶지만 지금까지 잘 고쳐지지 않는 병 아닌 병이 있습니다. 바로 붓점 리듬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 연습해보았지만, 순간적으로만 나아질 뿐 다른 곡을 치면 또 제자리로 돌아와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습 방법을 혼자 연구해보기도 하고, 선생님께 여쭈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연습할 때 발을 구르면서 연습하면 그 연습이 너에게 박자 감각을 깨워줄 것이고, 붓점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붓점 리듬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고치고 싶었기에, 바로 말씀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연습실에서 적용을 하려고 할 때, 처음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아 얼마나 나 자신에게 화가 났었는지 생각이 납니다. 나는 잘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이 야속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점점 연습을 거듭할수록 손이 정확한 박자에 치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서 왜 이 연습을 저에게 권유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는 진짜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 곡에 대한 박자 감각이 깨어났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광경을 느끼고 굉장히 신기했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연습한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그다음으로는 내가 이제 이 곡의 박자를 가지고 놀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자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게 박자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박자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습니다.

    반복 연습을 통해 박자 감각이 깨어났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나의 연습에 대하여 만족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내 몸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박자 감각을 깨워야 할 때 발 구르기를 통해 감각을 깨우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