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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곡

쇼팽 판타지 연습 후기, 자유로운 음악 뒤에 숨은 치밀함

여운기록자 2026. 8. 4. 23:50

목차


    쇼팽 판타지

    오늘 분석해 볼 곡은 쇼팽 판타지 Op.49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판타지(Fantasy, Fantaisie)라는 제목을 가진 곡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판타지는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악상을 자유롭게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곡도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하면 되는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쇼팽 판타지 Op.49를 직접 연습해 보니 자유롭게 들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굉장히 치밀한 연습과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1. 음표가 적을수록 어려웠던 서주, 분위기로 이끌기

    이 곡의 서주 부분은 크게 1마디부터 42마디까지와 43부터 67마디까지로 나뉩니다. 그중 1마디부터 17마디까지는 비슷한 리듬이 반복되면서 음만 조금씩 달라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후 18마디에서 리듬과 음형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1마디부터 17마디까지는 음표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이 부분을 장엄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음표가 많았다면 음의 움직임을 통해 곡을 이끌어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쉬웠을 텐데, 이 부분은 음표가 많지 않다 보니 소리와 분위기만으로 음악을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초반부터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 청중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1마디부터 35마디까지는 계속 붓점 리듬이 나오기 때문에 리듬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붓점 리듬은 자칫하면 음의 길이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거나 박자가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박자 안에서 리듬의 길이를 정확하게 지키면서 연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 4:6 리듬, 두 손이 따로 노는 순간

    이 곡에서 제시부 부분은 68마디부터 154마디입니다. 제시부에서는 7가지의 짤막한 주제 그룹들이 제시됩니다. 그중 68마디부터 76마디까지는 오른손과 왼손이 항상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의 개수와 리듬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왼손이 3개의 음을 연주할 때 오른손은 2개의 음을 연주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두 손의 소리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자칫하면 음악이 굉장히 어색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77마디부터 84마디까지는 4:6 리듬이 등장합니다. 4:6 리듬은 같은 시간 안에서 한 손은 4개의 음을, 다른 손은 6개의 음을 균등하게 나누어 연주하는 리듬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손의 음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기보다, 각 손이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처음 교수님께 레슨을 받을 때 이 부분의 리듬이 고르지 않다는 말씀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연습할 때 제 연주를 녹음해 두었습니다. 연습할 때는 내가 제대로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실제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면 두 손의 리듬이 자유롭게 흘러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녹음한 연주를 다시 들으면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확인하고, 레슨 시간에는 교수님께 녹음한 것을 들려드리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계속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제 연주를 직접 듣고 교수님의 피드백을 함께 들으면서 두 손의 리듬을 곡에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3. 양손 반진행, 눈을 감고도 칠 때까지

    이 곡의 재현부 부분은 235마디부터 319마디입니다. 고전시대 소나타 형식과 달리 이 곡의 재현부는 제시부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는 발전부와 마찬가지로 제시부의 주제와 음형을 변주하여 전개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연습할 때는 276마디부터 282마디까지 나오는 양손의 반진행 부분을 연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반진행은 양손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진행이기 때문에, 병진행을 할 때보다 양손이 각각 어느 위치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인식해야 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디를 바라보면서 연주해야 하는지 정해야 했습니다. 한쪽 손만 계속 바라보면 다른 손의 건반 위치를 놓칠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양손의 건반 위치를 눈으로 하나씩 확인하면서 천천히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눈으로 모든 음을 확인하면서 연주했지만,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실제 연주 속도로 했을 대 눈으로 모든 건반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점차 건반의 위치를 손 감각으로 익히는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짧게 연습해보기도 했고, 익숙해지면서 점차 범위를 늘려갔습니다. 나중에는 연습실의 불을 끄고도 이 부분을 한 번도 안 틀리고 연주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감으면 바로 틀렸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건반 위치를 감각으로 익히니 나중에는 눈을 감고 한 번도 안 틀리고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복 연습으로 건반의 위치를 손 감각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건반 위치를 평소 연습 때 익혀두어 무대 위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