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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타지에서 혼자 버텨본 적 있으신가요? 버티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버티는 당사자는 그냥 숨만 참고 있는 기분일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그 숨 참는 사람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처음 기획 소개를 봤을 때 꽤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타지생활이 힘든 건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
흔히들 타지에서 힘들다고 하면 "적응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적응력(Adaptability)이란, 낯선 환경에서 기존의 행동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능력을 뜻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유연함'이지 '감정 없음'이 아닙니다. 아무리 잘 적응해도 외로운 건 외로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 이른바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아 좋은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연고 하나 없는 타지로 떠났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나 직접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 뭐가 제일 힘들었어?"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냥 외로웠어." 성공했는데, 외롭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겁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삼달이도 서울에서 18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그 도시가 타지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건 그녀가 적응을 못 해서가 아닙니다. 사회적 지지망(Social Support Network), 즉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인간관계의 총합이 애초에 그 도시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지지망이 부족할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고, 이는 번아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NIH)).
타지에서 버티는 게 힘든 건, 당신이 약한 게 아닙니다. 기댈 곳이 없는 환경이 원래 그런 겁니다.
외로움 극복, 의외로 단순한 데 답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외로움을 어떻게 넘기느냐, 그게 핵심 문제입니다. 거창한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제가 직접 경험하고 주변에서 봐온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그 친구는 외로울 때마다 가족에게 전화를 걸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거창한 심리치료나 자기 계발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 단순한 행동이 버티는 힘이 됐다는 게 처음엔 좀 의외였는데, 직접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저도 외국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그 기간을 버티게 해 준 가장 큰 심리적 버팀목이었습니다.
이걸 심리학 용어로는 안전기지(Secure Base)라고 합니다. 안전기지란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 나온 개념으로, 개인이 어렵고 낯선 환경에 도전할 수 있는 건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론입니다. 어린아이가 엄마 곁을 안전기지 삼아 낯선 곳을 탐색하듯, 어른도 고향이나 가족이라는 안전기지가 있을 때 훨씬 더 멀리,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외로움 극복의 핵심은 타지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끔은 돌아가는 것 자체가 전략입니다.
- 정기적으로 가족·고향 친구와 통화 시간 확보하기
- 부담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귀향 루틴' 만들기
- 타지에서 억지로 모든 것을 채우려 하지 않기
- 숨이 차오를 때 올라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귀향 본능, 돌아가는 게 후퇴가 아닌 이유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삼달이는 모든 것을 잃고 다시 고향 제주로 돌아옵니다. 그걸 두고 '추락'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이 표현이 좀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돌아가는 게 왜 추락이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드라마적으로는 그 낙차가 이야기의 동력이 됩니다. 잘 나가던 사람이 다시 개천으로 떨어진다는 구도가 서사를 만듭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개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실제로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저도 솔직히 의구심이 있습니다. 잃은 것은 잃은 것이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 상실이 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의 귀향이 당장은 숨 고르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 후에 다시 현실의 파도가 밀려올 때 어떻게 버티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향 본능(Nostalgia-driven Return)이라는 개념은 실제로 심리학적으로 유의미합니다. 향수(Nostalgia)는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상적 감정이 아니라,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을 회복시키고 현재의 불안을 완화하는 심리적 기능을 가집니다.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향수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삶의 의미감과 사회적 연결감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출처: 사우샘프턴 대학교 심리학 연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혹은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후퇴가 아니라 충전입니다.
웰컴투 삼달리, 외로움 극복이 남긴 질문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사가 있습니다. "어느 개천의 용도, 저 혼자 만들어질 순 없어. 미꾸라지, 쏘가리, 개구리... 걔들도 다 영향을 미친 거지." 이 대사가 묘하게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보통 '개천에서 난 용'을 이야기할 때 그 용에만 집중합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얼마나 힘든 환경을 뚫고 나왔는지. 그런데 제가 직접 그런 친구를 가까이서 봐오면서 느낀 건, 그 사람을 만든 건 결국 그 개천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별거 아닌 듯 보이는 관계들,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모여 지금의 그 사람이 된 것입니다.
80년대생이라는 세대 특성도 이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청춘이라 하기엔 민망하고, 중년이라 하기엔 깊이가 없는, 딱 끼지 못하는 세대입니다. 제가 딱 그 나이대에 걸쳐 있어서인지 이 표현이 굉장히 정확하게 느껴졌습니다. 뭔가를 이루기엔 아직 늦지 않은 것 같고, 다시 시작하기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그 어정쩡한 지점 말입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당신에게 개천 같은 사람이 있나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아무 조건 없이 숨 고를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그게 있다면, 당신은 이미 꽤 많은 걸 가진 사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달이는 어떤 드라마인가요?
A. JTBC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로, 제주 출신의 여성 삼달이 서울에서 18년을 살다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며 치유와 성장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개천이 되어주고 싶은 순정남 용필과의 관계도 중심 축으로 다뤄집니다. 80년대생 특유의 어정쩡한 청춘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Q. 타지 생활에서 외로움을 빠르게 줄이는 방법이 있나요?
A. 거창한 방법보다 단순한 루틴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나 고향 친구와 정기적으로 통화하거나, 일정 주기로 고향을 방문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심리적 안전기지를 유지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억지로 타지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Q.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정말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나요?
A. 네, 심리학적으로 실제 근거가 있습니다. 향수(Nostalgia)는 자아 연속성을 회복시키고 현재의 불안을 줄이는 기능이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단,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상실이 즉시 회복되지는 않으며, 그 이후 현실에 다시 대응하는 준비까지 병행해야 실질적인 회복이 이루어집니다.
Q. 삼달이에서 말하는 '개천' 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요?
A. 드라마에서 개천은 단순히 낮은 출신 환경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삼달에게 개천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자, 용필처럼 조건 없이 기다려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공간과 관계를 가리킵니다.
결론
드라마 <삼달이>를 처음 접했을 때, 기획 의도의 마지막 문장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우리를 얼마나 안심하게 만드는지..." 저도 외국에서 지낼 때 본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는지 생각하면, 이 문장이 단순한 드라마 카피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지금 타지에서 숨을 참고 버티고 계신 분이라면, 욕심내지 말고 딱 숨만큼만 버티다가 차오르면 올라오시길 권합니다. 올라오는 게 지는 게 아닙니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를 보면서 본인의 개천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 개천 같은 사람이 곁에 있는지 한번 떠올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