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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우리는 흔히 고급 양복, 대형 로펌, 억 단위 수임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저는 지인을 통해 그 건물 안에 전혀 다른 종류의 변호사 집단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드라마 프로보노는 그 세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었고, 그걸 보면서 제가 들었던 이야기들이 하나씩 맞아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보노 변호사, 대형 로펌의 또 다른 세계
저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같은 건물, 같은 명함, 같은 변호사 타이틀인데 왜 월급이 다를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 로펌 변호사에게 직접 들어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그분은 프로 보노(Pro Bono) 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같은 층 동료들과 연봉 차이가 꽤 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프로 보노란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법적 접근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혹은 저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입니다. 미국 법조계에서 먼저 정착된 개념이지만, 국내 대형 로펌들도 이 제도를 점차 도입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변호사협회).
그런데 이 팀의 분위기가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수익보다 사명이 먼저인 구조라는 걸, 그분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변호사법 제1조 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가장 문자 그대로 살아내는 사람들이 이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프로 보노 전담 변호사(공익전담변호사, 일명 '공변')는 대형 로펌 내에 별도 팀으로 운영됩니다
- 같은 로펌 소속이지만 수임료 수익이 없는 구조이므로 연봉은 일반 변호사보다 낮습니다
- 변호사법 제1조 1항에 명시된 공익 사명에 가장 충실한 직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공익소송(public interest litigation)의 결과는 개인을 넘어 사회 판례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공익소송에 뛰어들면 생기는 일
드라마 프로보노의 설정은 사실 꽤 아이러니합니다. 출세지상주의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판사가 프로 보노 팀장으로 부임한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무슨 사건이든 이겨주는 변호사라는 걸 보여줘야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갈 수 있다."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해 공익소송에 뛰어드는 셈입니다.
저는 이 설정에서 꽤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들어와도 팀이 오래 못 버텨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프로보노 팀의 실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부와 명예를 좇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충돌이 생기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 속물 판사가 결국 본인이 익숙한 수법, 즉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논리와 전략을 역으로 활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법정 전략 측면에서는 이게 의뢰인에게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소송은 단기 승패보다 사회 구조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 방식이 장기적으로 옳은가에 대해서는 저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공익소송이란, 단순한 민사·형사 소송과 달리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입니다. 여기서 '이기는 것'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한 사람의 사건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판례를 만들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진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출처: 헌법재판소). 그래서 저는 "무슨 사건이든 이겨주는 변호사"라는 목표 자체에 묘한 모순이 있다고 봤습니다.
프로보노, 법조계 현실은 어디까지 맞는가
드라마라는 형식이 과장을 동반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들었던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드라마 프로 보노의 디테일은 생각보다 현실에 가까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프로보노 팀이 건물 구석 창고 같은 공간을 쓴다는 묘사,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 팀 내 갈등 구조 같은 것들 말입니다.
제 지인은 이 일을 하면서 몸을 갈아 넣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습니다. 사건당 보수가 따로 발생하지 않으니 성과급 개념도 없고, 감사 인사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이 나중에 좋은 일을 하는 데 반드시 자산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 프로 보노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흐름은 분명히 있습니다. 리걸 에이드(Legal Aid), 즉 법률구조 서비스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또는 민간 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이 역할을 공식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그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빈틈을 민간 로펌의 프로 보노 팀이 메우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도 이 부분은 공감이 갑니다.
드라마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오락의 틀 안에 담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법정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속물 판사의 성장 서사를 통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변이라는 존재를 대중에게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 보노 변호사는 아예 무료로 일하나요?
A. 반드시 무료는 아닙니다. 로펌에 소속된 공익전담변호사(공변)는 로펌에서 급여를 받습니다. 다만 그 급여가 일반 변호사보다 낮은 경우가 많고, 수임료 수익이 따로 발생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개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무료 상담이나 변론을 제공하는 경우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공익소송은 일반 민사소송과 뭐가 다른가요?
A. 목적이 다릅니다. 일반 민사소송은 개인 간 분쟁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있지만, 공익소송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도나 판례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 사건에서 이기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판결이 앞으로의 유사 사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기는 변호사'의 정의 자체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Q. 드라마 <프로 보노>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특정 실제 사건을 직접 모티브로 했다고 공식 확인된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프로 보노 팀의 조직 구조, 근무 환경, 업무 방식 등은 실제 법조계의 모습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드라마의 기획 의도에서도 공익전담변호사라는 직군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Q. 리걸 에이드랑 프로 보노는 같은 건가요?
A. 비슷한 목적을 공유하지만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리걸 에이드(Legal Aid)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취약 계층에게 제공하는 법률구조 제도로, 국내에서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대표적입니다. 프로 보노는 민간 로펌이나 변호사 개인이 자발적으로 공익 활동을 하는 방식입니다. 두 제도가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론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세계를 경험한 건 아니지만, 가까이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있어서인지 그냥 흘려보기가 어려웠습니다. 프로 보노 변호사, 공익소송, 리걸 에이드, 공변이라는 개념이 드라마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무조건 이기는 변호사'가 좋은 공익소송을 의미하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사회 구조를 바꾸는 건 단기 승패보다 긴 호흡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면, 속물 판사의 전략이 단기적으로 당사자에게 도움이 됐는지와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시면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