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저는 습관처럼 합계 금액만 확인하고 세세한 내역은 확인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세, 수도세, 장기수선충당금 등 항목 이름은 알아도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지는 솔직히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JTBC 드라마 아파트 1, 2화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그 고지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아파트라는 작품은 전직 조폭 보스가 아파트 입주자 대표 선거에 뛰어들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매달 무심코 납부하는 돈의 이면이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장르는 범죄 코미디지만, 제가 받은 여운은 그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장기수선충당금, 178억의 구조드라마의 핵심 장치는 장기수선충당금(長期修繕充當金)입니다. 여기서 장기수선충당금이란 아파트 노후화에 대비해 입주민이 매달 관..
여러분은 타지에서 혼자 버텨본 적 있으신가요? 버티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버티는 당사자는 그냥 숨만 참고 있는 기분일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그 숨 참는 사람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처음 기획 소개를 봤을 때 꽤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타지생활이 힘든 건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흔히들 타지에서 힘들다고 하면 "적응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적응력(Adaptability)이란, 낯선 환경에서 기존의 행동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능력을 뜻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유연함'이지 '감정 없음'이 아닙니다. 아무리 잘 적응해도 외로운 건 외로운 거라고 생각합니다.제 주변에 이른바 '개천에서 난 ..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진짜로 믿어야 할까요? 저는 지금도 가끔 이불 속에서 중학생 때 몰래 보낸 문자 한 통을 떠올립니다. 드라마 속 인물을 보다가 문득 그 기억이 올라왔고, 그게 오히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됐습니다.흑역사, 부끄럽지 않은 이유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 흑역사를 꽤 오래 부끄러워했습니다. 중학교 때 같은 학원을 다니던 남자아이에게 밤중에 문자로 고백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그 아이와는 제가 학원을 그만둘 때까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그 침묵이 너무 길고 무겁게 느껴졌고,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수백 번도 더 후회했습니다.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은 분명히 부끄럽고 괴로웠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건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