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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진짜로 믿어야 할까요? 저는 지금도 가끔 이불 속에서 중학생 때 몰래 보낸 문자 한 통을 떠올립니다. 드라마 속 인물을 보다가 문득 그 기억이 올라왔고, 그게 오히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됐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흑역사, 그게 왜 부끄럽지 않은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 흑역사를 꽤 오래 부끄러워했습니다. 중학교 때 같은 학원을 다니던 남자아이에게 밤중에 문자로 고백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그 아이와는 제가 학원을 그만둘 때까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그 침묵이 너무 길고 무겁게 느껴졌고,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수백 번도 더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은 분명히 부끄럽고 괴로웠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건 후회할 일이 아니라 그냥 그때의 제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솔직했던 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자기 노출(self-disclosure), 즉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행위인데, 심리학에서는 이 자기 노출이 인간관계의 깊이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실패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사람을 제대로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겁니다.

    이불킥을 할 만한 사건이 없으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싶기도 합니다. 후회하고 돌아보는 것, 그게 결국 인간이 성장하는 방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자기노출(self-disclosure): 자신의 감정·생각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행위로, 인간관계 형성의 핵심 요소
    • 실패 경험은 단기적으로는 이불킥을 부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판단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함
    •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과거 경험을 회고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자체가 심리적 회복력(resilience)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음 (출처: APA)
    요약: 흑역사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자기노출의 기록입니다.

    이불킥의 추억 — 그때 왜 그랬을까 싶은 그 순간들

    중학교 고백 문자 외에도 저에게는 몇 가지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하지 않을 순간들이 있습니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 제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해버린 날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날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다음 날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로 대충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그게 또 한동안 이불을 박차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그 민망함이 결국 저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스스로를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아야겠다는 감각을 몸으로 배운 거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누군가에겐 "절대 해선 안 될 일"로 기억되겠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분명히 새로운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사람이 실수를 통해 자기 경계(boundary)를 형성한다는 말이 비로소 실감됐습니다. 여기서 자기 경계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심리적 한계선을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 동기들 앞에서 대차게 차이고 입대한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46세 부장이 회식에서 아이돌 노래를 열창하다 오히려 나이를 들켜버린 장면도, 누구의 이야기인지 묘하게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불킥은 나이와 직급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요약: 이불킥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경험이 자기 경계를 형성하는 실질적인 훈련이 됩니다.

    완벽한 인생이 정말 존재할까 — 강용호 회장의 경우

    드라마 속에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대한민국 재계 순위 10위의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입니다. 그는 후회는 실패한 자들의 언어라고 말하며, 모든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위기 대처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그런 그가 박치기 사고로 20대 축구선수 황준현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직접 이 설정을 보고 든 첫 번째 생각은, 저런 인물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대기업 회장이라도,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불킥을 할 만한 순간이 없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거나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억압(repression)이라고 부릅니다. 억압이란 불쾌하거나 위협적인 기억을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말합니다. 방어기제란 불안을 줄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작동하는 심리적 보호 장치입니다.

    강용호가 "완벽하다"고 믿는 인생은 어쩌면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남긴 편집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바로 그 균열을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끊긴 흙수저 20대의 몸 안으로 그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 건드립니다. 연륜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젊음이라는 하드웨어의 조합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운 건, 그게 결국 서로 다른 인생 경험치의 충돌이기 때문입니다.

    • 억압(repression): 불쾌한 기억을 무의식으로 밀어내는 방어기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사용 빈도가 높을 수 있음
    •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자아가 불안을 줄이기 위해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심리적 보호 장치
    • 한국심리학회는 자기 경험을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성향이 오히려 실제 위기 대응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음 (출처: 한국심리학회)
    요약: 완벽한 인생을 자처하는 강용호의 이면에는 억압된 이불킥의 순간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곧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법 — 이불킥이 남기는 것

    제 경험상,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이 오히려 지금의 저를 만든 일들이었습니다. 문자 고백을 보내지 않았다면 거절당하는 감각을 그때 배우지 못했을 거고, 술에 취해 흐트러져보지 않았다면 스스로를 얼마나 단속해야 하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 이불킥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올곧고 단단한 사람이 됐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PTG란 고통스러운 경험 이후에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하고 성숙한 자아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론 이불킥 수준의 해프닝이 외상(trauma)이라고 부르기엔 과할 수 있지만, 그 원리는 비슷합니다. 작은 실수와 민망함이 쌓여 결국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강용호 회장이 황준현의 몸으로 새로운 연장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그게 결국 그가 평생 외면해 온 이불킥의 순간들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그 설정 하나만으로 꽤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이 이야기가 단순히 몸이 바뀌는 판타지가 아니라, 후회 없이 살았다는 착각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겁니다.

    요약: 이불킥은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외상 후 성장(PTG)의 씨앗이며, 그 경험이 쌓여 단단한 사람을 만듭니다.

    이불킥 없는 인생은 어쩌면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않은 인생일 수 있습니다. 후회는 실패한 자들의 언어가 아니라, 충분히 살아본 사람들의 언어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새로운 이불킥을 만들어가면서 살아갈 거고, 그게 부끄럽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강용호 회장의 연장전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마주할 이불킥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면 한번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tv.jtbc.co.kr/plan/pr1001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