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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침 인사를 형식적으로만 받아들이던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동네 어르신들이 건네는 "좋은 아침이에요"라는 말에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는 무게만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드라마 한 편이 그 짧은 인사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길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배경과 현실 — 좋은 아침이라는 말의 무게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골목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 건네는 인사를 말입니다. 그분들에게는 그 인사가 진심인데, 저는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채 그 인사를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출근길은 늘 의무였고, 아침은 그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 소리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감각이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드라마를 보면서 확인했습니다. 일곱 살 아이에게 "좋은 아침이야"라고 인사하면서도, 정작 그 인사가 무색한 현실을 매일 살아가는 부모의 이야기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이 제 출근길 기억과 겹쳐지면서 묘하게 마음이 쓰렸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감각을 '정서적 불일치(emotional dissonance)'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정서적 불일치란 내면에서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외부에 표현하는 감정이 서로 다른 상태를 말합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그 간극, 웃으며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그 상태 말입니다.
희망을 가르쳐야 하는지,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하는지 갈등하는 어른의 모습은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월요일 아침 출근 전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경험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그 숫자 속에 저도, 아마 여러분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인간적 가치 — 연봉이 사람의 전부일 수 없는 이유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연봉은 내가 한 해 동안 조직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규모일 뿐이지,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지,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전부 말해주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남자 비서 캐릭터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 인물을 두고 '대책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가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돈값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세계가 결국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만드는지를, 살면서 한 번이라도 체감해 본 분이라면 이해하실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와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의 문제로 설명합니다. 외적 동기란 연봉, 승진, 평가처럼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을 말하고, 내적 동기란 일 자체의 의미나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을 가리킵니다. 연구 결과들은 장기적으로 내적 동기가 높은 사람이 더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낸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줍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저도 한동안 연봉 숫자에 스스로를 맞추려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그 기간 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감정과 관계를 꺼두고 살았는지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여자 CEO가 "일 외에는 모든 것의 스위치를 끄고" 살았다는 표현이 남 일처럼 들리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 연봉(salary)은 시장에서 책정된 노동의 교환 가치일 뿐, 그 사람의 인격이나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는다.
- 외적 동기만으로 움직이는 조직은 단기 성과에는 강하지만, 구성원의 번아웃(burnout)과 이탈률이 높아진다.
- 돈값을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버리는 문화는, 그 조직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동시에 낮춘다.
- 반대로, 사람을 가치 있게 대하는 한 사람의 태도가 주변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역시 현실이다.
삶의 변화 —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
제 인생에도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에게 거창한 가르침을 준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제가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지금 네가 불편한 건 이런 감정이야"라고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스스로를 훨씬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작은 보살핌의 반복, 내가 놓친 것을 알아채주는 시선, 그리고 지금보다 나은 가능성을 믿어주는 태도. 이것들이 쌓이면서 사람은 달라집니다. 드라마가 묘사하는 변화의 경로가 현실과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학습 이론(Social Learning Theory)'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적 학습 이론이란 사람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자신의 행동 패턴과 가치관을 형성해 간다는 이론입니다. 한 사람의 변화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이 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여자 CEO의 변화가 피플즈에 모인 사람들 전체를 성장시킨다는 설정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도, 한 사람이 먼저 달라지면 그 공간의 온도가 실제로 바뀝니다. 이게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변화는 시스템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대부분의 변화는 사람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정말 문제인가요? 능력주의 아닌가요?
A. 능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연봉이라는 단일 지표가 그 사람의 전체 능력과 가치를 대표한다고 보는 시각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연봉은 해당 직무의 시장 가격과 협상력이 만들어낸 숫자에 가깝습니다. 같은 실력이라도 업종, 회사 규모, 협상 경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만 봐도, 그 숫자가 사람 자체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Q. 번아웃이 왔을 때 '좋은 아침'이라는 말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건 정서적 불일치가 심해진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인사가 부담스럽다면, 억지로 같은 온도로 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그 인사를 형식적으로 받아넘기던 시절이 꽤 길었고,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감각이 반복된다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살펴볼 기회로 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모든 인사에 진심을 담을 수 없는 날도 있다는 것, 그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입니다.
Q. 드라마 속처럼 실제로 한 사람이 조직 전체를 바꿀 수 있나요?
A. 한 사람이 조직 전체를 바꾼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구조와 시스템이 더 강력하다는 의견도 있고, 저도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조직 안에서 한 사람이 태도를 바꾸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반응합니다. 전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온도'가 올라간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아이에게 희망을 가르쳐야 하나요, 현실을 가르쳐야 하나요?
A.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봅니다. 희망 없이 현실을 직시하면 무기력해지고, 현실 없이 희망만 이야기하면 아이가 실제 세상에서 상처를 입습니다. 제가 어른들에게서 배운 것도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세상이 이래도, 그래도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태도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정직한 가르침일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저는 이 드라마가 연애 이야기를 빌려 훨씬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봉으로 줄 세워지고, 돈값 못하면 버려지는 것이 당연해진 세계에서 그래도 사람을 믿을 수 있냐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실제로 효과가 있냐는 질문입니다.
저는 있다고 봅니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제 삶에서 그 증거를 봤기 때문입니다. 작은 보살핌 하나가 저를 바꿨고, 저의 변화가 주변의 온도를 조금씩 올렸습니다. 그게 거창한 기적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실감할 수 있는 변화였습니다. 오늘 아침, 어르신이 건네는 인사에 조금 더 온도를 담아 답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